[김기중 기자의 교육 talk] EBS 바보 기르는 수능… 대안 찾아야

[김기중 기자의 교육 talk] EBS 바보 기르는 수능… 대안 찾아야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17-06-22 18:00
수정 2017-06-2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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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EBS 수능 영어교재 정답 부분만 뚝 잘라내고 한글로 된 해설부분부터 모두 읽은 뒤 문제를 푸는 거예요. ‘왜 그렇게 하느냐’ 물었더니 ‘이렇게 안 하면 문제 못 풀어요’라고 하더군요.”

모 대학 영어학과 교수가 해준 이야기입니다. 그는 “아들의 영어공부 방법을 보고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절대평가, 나아가 수능 자격고사화를 두고 말이 많습니다. 수시가 확대되면서 수능의 설 자리가 좁아지자 “수능이 가장 공정하다”며 오히려 정시 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지금 대입 전형요소는 크게 고교 내신(수시-학생부 교과전형), 고교 비교과활동(수시-학생부 종합전형), 그리고 수능(정시) 3가지입니다. 지역마다, 고교마다 수준이 다른 상황에서 내신은 서로 비교가 불가능합니다. 비교과 활동인 자율·동아리·봉사·진로·독서활동은 계량화가 어렵습니다. 학생부 종합전형도 불공정한 게임입니다. 이에 반해 수능은 구체적인 숫자로 표기됩니다. ‘어떤 전형요소가 가장 공정하냐’고 묻는다면 수능이 단연 우세합니다.

그러나 수능은 기본적으로 점수를 따는 시험입니다. 연계율 70% 정책 때문에 모든 EBS교재를 사서 달달 외워야 합니다. 그래서 고교생들은 학교 수업 시간에도 EBS교재를 펴놓고 공부합니다. 남는 시간에는 수능 문제를 어떻게 하면 잘 풀 수 있을지 알려주는 유명 입시업체 강사들의 ‘인터넷 족집게’ 강의를 듣습니다. 한 고교 교사는 이를 두고 “EBS가 학교 교육을 망치고 수능 바보들을 길러내고 있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점수 따는 공부가 필요할까’라는 질문에 대입하면, 결과적으로 수능은 가장 형편없는 시험이 됩니다.

최근 여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수능 개편 방향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EBS·수능 연계 출제 방식을 아예 없애거나 연계율을 공개하지 않는 방안 등을 제시했습니다. 우선은 수능의 핵심인 EBS 연계를 끊고, 수능을 절대평가화한 뒤 종국에는 자격고사로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입니다. 누군가는 “그럼 불공정하기 짝이 없는 내신이나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대학 입학생을 선발해야 하느냐”고 물을 겁니다. 그러나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수능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만은 분명 견제해야 합니다.

수능은 애초부터 내신을 비롯한 수능 외 전형들의 공정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던 시험입니다. 이를 방치한 지난 정부들의 게으름을 반성해야 하고, 대입의 문제와 개선 방안을 들여다볼 때입니다. 교육계에 지혜로운 대안을 내놓는 것은 대통령과 교육당국의 몫이자 책임입니다.

gjkim@seoul.co.kr

2017-06-2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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