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중 기자의 교육 talk] ‘유명무실’ 산업계 대학평가 재정립하자

[김기중 기자의 교육 talk] ‘유명무실’ 산업계 대학평가 재정립하자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17-04-20 22:34
수정 2017-04-2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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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에 ‘최우수 대학’이라 적은 현수막을 붙이고 싶어 평가에 참여하느냐는 비아냥을 들었습니다. 대학에 의미있는 평가인데, 이런 비판을 들으면 기분이 썩 좋질 않죠.”

한 지방대학 산학협력처장은 교육부가 19일 결과 발표한 ‘산업계관점 대학평가’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이 평가는 말 그대로 산업계가 실시하는 대학 평가입니다. 대학 졸업생을 기업이 재교육시키는 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이를 조금이나마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도입됐습니다. 산업계가 평가 틀을 만들고 기업 수천 곳에 설문을 돌려 졸업생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를 분석합니다. 해당 대학의 교육과정이 산업계 요구에 어느 정도나 부합하는지도 따집니다.

결과가 좋은 대학은 최우수 대학 타이틀을 받습니다. 평가가 좋지 않은 대학은 산업계의 컨설팅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2007년 정부가 개최한 산·학·관 간담회에서 경제·교육부총리, 경제 5단체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전국 국·공·사립 총장협의회가 모여 합의하면서 추진됐습니다. 이듬해 자동차, 설계, 시공, 엔지니어링, 은행 등 분야를 시작으로 매년 분야를 달리하면서 평가를 진행했습니다. 올해는 건축·토목·기계·자동차·조선해양 분야에서 평가했습니다. 67개 대학 166개 학과가 평가를 신청했고, 2991개 기업이 설문에 참여했습니다. 광운대(건축), 동신대(토목), 한밭대(기계), 경일대(자동차), 창원대(조선해양)를 비롯해 건축 20개교, 토목 11개교, 기계 13개교, 자동차 6개교, 조선해양 4개교 등이 최우수 대학에 선정됐습니다. 참여 대학의 절반이 넘는 39개 대학이 적어도 한 분야에서 최우수 대학에 뽑혔습니다.

산학협력의 또 다른 유형으로 볼 만하지만, 참여 대학은 전체 3분의1 미만으로 저조합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이른바 유명대학은 참여하지 않습니다. 최우수 대학이 수두룩하게 뽑히는데 혹여 참여했다가 최우수 평가를 받지 못하면 명성에 흡집이 날 수 있으니 굳이 나설 필요도 없겠지요.

돈이 되지 않는 평가라는 것도 한 이유가 되는 듯합니다. 대학들이 정부 재정지원평가에는 혈안이 돼 참여하고, 언론사가 주관하는 평가는 순위 하나하나에 촉각을 기울이면서 산업계관점 평가를 외면하는 까닭을 달리 찾기 어렵습니다.

교육부가 최우수 타이틀을 남발하지 말고 좀 더 엄격하게 평가를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럴 거면 차라리 없애버리자”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제4차 산업혁명이 화두인 지금, 산학협력이 대학 성장의 새로운 방향이라면, 제대로 발전시킬 현명한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gjkim@seoul.co.kr
2017-04-2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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