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선생님 꿈 이룬 장애인의 집념

15년 만에 선생님 꿈 이룬 장애인의 집념

최치봉 기자
입력 2017-02-22 23:48
수정 2017-02-23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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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병변 1급’ 특수교사 장혜정씨

언어 장애로 면접서 계속 고배
광주시교육청에 차별 시정 승소


“수많은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앞으로 제자들에게 나눠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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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병변 1급 장애인이면서 최근 중등 특수교사직에 합격한 장혜정씨가 22일 광주 북구 광주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하며 앞으로의 각오를 설명하고 있다.
뇌 병변 1급 장애인이면서 최근 중등 특수교사직에 합격한 장혜정씨가 22일 광주 북구 광주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하며 앞으로의 각오를 설명하고 있다.
뇌 병변 1급 장애인으로 최근 특수교사직에 합격한 장혜정(36·여)씨는 22일 “꿈을 실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꼭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말끝마다 기쁨과 설움이 묻어 나왔다.

그는 최근 광주시교육청이 발표한 중등 특수교사(국어) 최종 합격자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발견하고 “엄마가 제일 보고 싶다”며 울먹였다. 9년 전 심장마비로 숨진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북받쳤다. 엄마는 “교사가 되겠다”고 혼신의 힘을 다할 때 “그 몸으로 무슨 교사냐”며 만류했다.

장 교사는 모든 불리한 상황에 정면으로 맞섰다. 조선대 사범대 특수교육과에 입학한 뒤 졸업할 때까지 매일 도서관에서 15시간 이상씩 교과 공부와 독서에 매달렸다. 비장애인이라면 1시간 걸리는 리포트 작성에 10시간 이상을 할애해야 했다. 2004년 대학 졸업 후 15년 동안 10여 차례 응시했으나 최종 면접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임용 시험 면접은 철옹성과 같았다. 뇌 병변에 따른 언어장애 탓이다.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신체는 왼손 검지와 중지 등 두 손가락뿐이었다. 1·2차 시험은 거의 만점에 육박했지만, 심층면접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광주뿐만 아니라 경기, 서울, 강원, 제주 등지를 오가며 응시했지만, 최종 면접을 통과하지 못했다.

2014년 또다시 광주시교육청에 지원, 합격했다. 광주에서만 4번째 도전이었다. 면접위원들은 ‘언어 장애’를 이유로 0점을 줬다. 급기야 장씨는 “장애인 차별”이라며 시교육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승소했다.

광주시교육청에서 지난달 18일 ‘2017학년도 임용 면접시험’을 치렀다. 법원 판결에 따라 장씨는 이번 면접에서 보완대체의사소통기구(AAC)를 지참했다. 컴퓨터 자판기를 누르면 말이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기구이다. 최종 면접시험을 통과했다.

그는 “나 같은 학생들을 위해 헌신·봉사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글 사진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2017-02-23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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