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블로그] 학교 9개만 조사하고 “전기료 116억원 절약” …서울교육청 이상한 계산

[현장 블로그] 학교 9개만 조사하고 “전기료 116억원 절약” …서울교육청 이상한 계산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16-12-19 22:32
수정 2016-12-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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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로 가득한 냉골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훈훈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한국전력공사가 새로운 전기공급약관 변경안을 지난 13일 확정했는데, 이로써 교육용 전기료가 전국 1만 2000개 학교에서 평균 20%쯤 인하된다는 내용입니다.

지금까지 교육용 전기료는 당일 15분간 최대전력을 기준으로 1년 기본요금을 책정했습니다. 보통은 한여름이나 한겨울에 전력 사용 최대량을 찍는 경우가 많아 이때 값이 1년의 기본요금이 되는 겁니다. 분명 전력 사용량이 떨어지는 때가 있는데 최고치를 기준점으로 삼으니 에너지 비용이 많을 수밖에 없죠.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이런 기본료를 1년간 적용하지 않고 당월에만 적용한다는 겁니다.

●최대 3배 차이 나는데 “15% 절감” 발표

서울시교육청은 19일 이를 환영하며 ‘서울시교육청, 교육청 요구안대로 연 피크제에서 당월 피크제로 변경’이라는 보도자료를 냈습니다. 개편안을 근거로 학교 전기요금을 분석해 보니 학교당 연 858만원이 절약되고, 전체 1352개교에 적용하면 연 116억원이 절감된다고 밝혔습니다.

환영할 일이지만 116억원이라는 절감액 산출 근거가 부실합니다. 시교육청이 표본조사한 학교는 고작 9곳입니다. 이 9곳의 학교는 적게는 8%에서 많게는 21%까지 절감이 됐는데, 이를 평균 내 15%로 계산했습니다. 학교끼리 3배에 가까운 차이를 보임에도 15%로 일괄 계산한 것이지요. 심지어 첫 보도자료를 보낼 때는 학교당 880만원씩 모두 119억원을 절약한다고 했다가 1시간여 만에 부랴부랴 수정된 보도자료를 보내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계산을 잘못해서”라고 합니다.

●섣부른 홍보보다 정확한 근거 만들어야

교육정책은 명확하고 정확한 근거를 기반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주먹구구식으로 근거를 산출하면 오차가 커지고 정책은 신뢰를 잃게 됩니다. 틀린 값 때문에 수백억원이 오간다는 사실을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알고나 있을까요. 생색내기용 섣부른 홍보보다 차근차근 제대로 된 조사부터 하고, 이를 근거로 학교 현장에서 정말 필요로 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조 교육감이 학생들의 냉골교실을 정말로 따뜻하게 해 주고 싶다면 말입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6-12-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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