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국정 역사교과서 웹 공개
교육부 장관 “독립투사 폄하 없다”“헌법에 명시된 임정 법통 계승해 수립됐음을 명확히 서술했을 뿐”
400여개 시민단체 일제히 반발
“친일파를 건국 공로자로 만들어 ‘건국절 사관’ 집필… 폐기하라”
내년 신학기 국정 역사교과서 일괄 채택을 추진하던 교육부와 청와대가 27일 “현장의 의견을 들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정 역사교과서 일선 학교 채택 여부는 28일 교과서 검토본 공개 이후의 여론 흐름에 따라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국정 역사교과서의 내용과 관련해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른 대목은 ‘1948년 대한민국 수립’이다. 교육부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분명히 밝히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진보와 보수 간의 치열한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7일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이 부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정 역사교과서 철회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국정교과서 반대 청소년 행동 소속 중고생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한민국 수립’ 표현에 대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분명히 밝히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시정부를 부정하고 친일 건국 세력을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헌법에 명시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해 대한민국이 수립됐음을 명확히 서술했다”며 “독립투사의 노력을 폄하하거나 일제 친일 행위를 미화할 의도는 없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앞서 지난 25일 공개된 편찬 기준에서 ‘8·15 광복 이후 전개된 대한민국의 수립 과정을 파악한다’는 성취 기준을 제시해 ‘1948년 대한민국 수립’을 확정했다. 다만 편찬 방향으로 ‘대한민국이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신과 법통을 계승했음을 서술한다’고 제시했다. 다만 ‘건국일’이나 ‘건국절’이란 용어는 교과서에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기념일 형태로 표기하려면 공휴일 지정 등 법제화가 잇따라야 한다.
1차 교육과정이 적용된 1956년부터 2007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기 전인 2010년까지는 교과서에는 ‘대한민국 수립’이라고 기재됐다. 그러다 2010년부터 검정교과서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6년 만에 ‘대한민국 수립’으로 또다시 바뀌는 셈이다. 이 부총리는 “기존 검정교과서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됐으며, 북한에서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이 수립되었다고 연이어 서술해(함으로써 오히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400여개의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는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교과서에 반영된 ‘건국절’론은 학계 정설에 배치되며 헌법 정신에도 어긋나는 주장”이라면서 “‘건국절 사관’에 입각해 집필한 국정교과서를 당장 폐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는 “1948년을 건국으로 정하면 친일파들은 ‘건국의 공로자’가 된다”며 “1948년 건국 주장은 친일에 뿌리를 둔 이들이 친일파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의도”라고 강조했다.
●이준식 부총리 오늘 대국민 담화 발표
한편 교육부는 28일 오후 전용 웹사이트에서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이북(e-Book) 형태로 공개한다. 공개 시점에 맞춰 이 부총리가 정부서울청사에서 현장검토본의 취지를 설명하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할 예정이다. 집필진 47명의 명단도 이날 공개된다.
다음달 23일까지는 현장검토본 공개와 함께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검토본에 대한 의견을 낼 수 있다. 다음달 중순 토론회를 거쳐 교과서 집필진과 편찬심의위원들이 온라인과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검토하고 교과서 반영 여부를 결정한다. 의견이 반영된 최종본은 내년 1월 공개된다. 편찬심의위원 16명 명단도 이때 함께 공개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6-11-28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