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개 대학 교수 ‘불복종 성명’
‘최순실 사태’ 속 반대 여론 커져… 정부 내서도 “미루거나 폐기를”공개를 2주 앞둔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일단 예정대로 오는 28일 현장공개본을 내놓고 내년 신학기부터 중·고교에 배포할 예정이지만 보수 교육계는 물론 교육부 내부에서도 “미루거나 폐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15일 서울 종로 흥사단 강당에서 역사·역사교육 대학교수들이 전국 102개 대학의 역사학과와 역사교육과 교수 560여명이 서명한 성명을 발표하며 정부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철회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국정 역사교과서를 반대하는 단체들의 반대 목소리는 지난해 11월 정부가 국정화 확정 발표 이후부터 이어졌지만,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맞물리면서 힘을 받는 모습이다. 앞서 초·중·고교 2000여명이 가입한 국내 최대 규모 역사교사 모임인 ‘전국역사모임’은 12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은 최소한의 상식을 벗어난 극소수 사람들이 농단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보수 교육계도 반대 의견을 보이면서 교육부를 ‘사면초가’로 몰아넣고 있다. 보수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12일 “친일·독재 미화, 건국절 제정 등 교육현장 여론과 배치되는 방향으로 역사교과서가 제작되면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교총은 지난해 10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과정을 통해 올바른 역사교육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지지 의견을 냈지만 방향을 선회했다.
국정 역사교과서를 반대하는 이들은 교과서를 폐기하더라도 교육 현장에는 큰 혼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부분고시를 통해 국정교과서를 폐기하고 2017년까지 쓰기로 돼 있던 원래 검정교과서를 활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금용한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 추진단장(학교정책실장)은 이런 목소리에 대해 “28일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본을 예정대로 공개하고 집필진도 함께 공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코너에 몰린 교육부 내부에서는 부정적인 의견도 나온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공개가 교육부에 큰 부담이 되고 후폭풍도 만만찮을 것”이라고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6-11-16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