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 구조개혁의 미래] “인문학 지원 늘어 바람직” vs “재정지원 좇아 본질 변질”

[한국 대학 구조개혁의 미래] “인문학 지원 늘어 바람직” vs “재정지원 좇아 본질 변질”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16-11-03 18:12
수정 2016-11-0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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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인문역량 강화 사업’ 효력은

19개大 예산 3년간 600억 지원
글로벌지역학 등 대학별 특성화


공대를 주축으로 한 대학 구조개혁의 파도에서 구조조정 1순위인 인문학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대학 인문학계가 교육부의 ‘대학 인문역량 강화 사업’(코어 사업)을 주목하는 이유다. 이 사업은 대학이 인문학을 특성화하거나 재편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으로, 대학 인문 분야 교육 프로그램에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최초의 재정지원 사업이다. 그동안 대학마다 획일적으로 운영하던 인문학을 대학의 특색에 맞춰 운영하라는 것이다.

올 3월 서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 7곳과 지방대 9곳의 16곳을 우선 선정하고 이어 8월에 한국외국어대 3곳이 추가 선정됐다. 선정된 대학들에는 앞으로 3년간 해마다 600억원의 예산을 나눠 주기로 했다. 참여 규모와 사업 계획에 따라 매년 12억~37억원의 목돈을 차등 지원한다.

교육부는 ▲글로벌지역학 ▲인문 기반 융합 ▲기초학문 심화 ▲기초교양대학의 특화된 모델을 제시했다. 예컨대 인문 기반 융합 모델에 선정된 가톨릭대는 인문학을 기반으로 경영학과 융합된 특화 과목으로 구성된 ‘G-휴머니지’ 전공을 개설한다. 문화 스토리텔링 인재 양성도 목표 가운데 하나다.

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은 정부의 이런 지원이 옳은 방향이라고 했다. 윤석만 한국외국어대 프랑스어학장은 “인문학 역량 강화 사업에 선정됐다는 소식에 올해 지원자가 늘었다. 인문학을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뜻”이라면서 “순수인문학의 기본을 잃지 않고 학생들에게 필요한 커리큘럼을 운영하는 등 변화를 주면 인문학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단순히 인문학을 하면 취업이 안 된다는 식의 주장보다는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인문학을 고민해야 한다는 점에서 방향은 옳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인문학을 살리자고 내놓은 정책이 순수 학문의 뿌리를 말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 대학의 인문학장은 “교육부가 인문학을 지원한다고는 하지만, 각종 재정지원 사업 평가에서 취업률을 비롯해 입학 정원 축소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교육부의 재정지원 사업을 좇아 인문학을 억지로 변질하는 형태로는 결국 3년 후에 구조조정의 파도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앞으로의 인문학 지원은 정부가 인문학에 대한 큰 틀만 내놓고 지원하는 형태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만규(아주대 인문대학장) 전국사립대인문대학장협의회장은 “정부와 인문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가야 할 방향이나 일정한 기준 등을 정하고, 정부가 이를 만족하는 대학들에 지원하는 형태도 고려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대학끼리 경쟁하는 사업 형태보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대학의 구조개혁에 흔들리지 않는 다양한 인문학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6-11-0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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