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한국장학재단이 전국 지자체·민간 장학재단을 하나로 아우르는 협의체를 구성한다. 민간 소규모 장학재단은 대부분 기부금으로 종잣돈을 만들고 그 이자를 장학금으로 주고 있는데, 초저금리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이 중심이 돼 이를 하나로 묶고, 관련 법률 개정을 건의해 이들이 좀 더 활성화되도록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각종 장학금에 대한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 적재적소의 장학금 지급이 이뤄지도록 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내용의 ‘전국장학재단협의회’(가칭) 설립 계획을 4일 밝혔다. 다음은 안 이사장과의 일문일답.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한국장학재단과 같은 국가 장학기관을 비롯해 국내 전체 장학재단은 모두 2500여개에 이른다. 정부나 대학이 주는 장학금은 학생들에게 많이 알려졌다. 하지만 지자체나 민간 장학금은 홍보가 잘 안 돼 있다. 이런 지자체·민간 장학재단은 10억원 미만부터 100억원 이상 규모까지 전국에 1474개나 된다. 장학금 정보가 부족해 지원하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학생도 신청하지 않아 장학금을 놓치는 사례가 빈번하다.
→지자체·민간 장학금 정보를 통합 제공할 필요가 있겠다.
-민간 장학재단은 뜻있는 독지가들이 자신이 평생 모은 재산을 공익재단 기금으로 기부해 설립하고, 그 기금의 이자를 장학금으로 주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현재 1%대 초저금리 상황과 맞물려 재단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기관인 한국장학재단이 ‘허브’가 돼 이들의 순수 민간 협의체를 올해 구성하고, 내년에는 사단법인 형태의 법인협의체인 ‘전국장학재단협의회’를 설립할 계획이다. 전국장학재단협은 공익법인 운영을 위해 필요한 제도 개선 및 관련법 개정 요구 등을 진행한다. 민간 장학법인들을 대상으로 지난 4월부터 권역별 설명회를 개최했는데, 초저금리 쇼크로 장학재단 운영이 어렵다 보니 민간 장학법인을 대표하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설립 취지에 크게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구체적으로 어떤 협의를 하겠다는 것인가.
-현재 국민연금도 채권 투자가 가능하다. 하지만 유독 장학금의 투자에 대해서는 규제가 심한 편이다. 민간 장학재단은 전국 시·도 교육청이 관리하는데, 자본금 손실을 우려해 단순히 이자 수익만 장학금으로 주게 한다. 장학재단의 자본금 일정 부분을 펀드나 안정적이면서도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숨통을 터줘야 한다. 여러 개 재단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투자에 나서는 방식도 좋다고 본다. 한국장학재단은 학생 정보와 재원 운용, 장학 정보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데이터베이스를 자랑한다. 국내 유수 금융회사들과의 네트워크를 갖고 있어 민간 공익법인들에 필요한 정보와 운영 노하우를 전해줄 수 있다.
→이런 정보를 학생에게 전달하는 일도 중요한데.
-학생 개개인에 맞춰 등록금 설계를 해볼 수 있는 ‘재정계획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개인이 어느 학교에 입학하면 등록금이 얼마가 더 필요하고, 생활비가 얼마가 드는지에 대한 정보가 수록된다. 예컨대 대학에 입학하면 4년 동안 필요한 돈이 얼마인지, 어떤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서비스다. 최근 금융계에서 활발히 논의된 금융교육 필요성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대구교육청 지역 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하려 한다. 한국장학재단은 지금처럼 장학금을 나눠주는 집행기관에서 나아가 학생을 위한 정책 기획 및 교육금융 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6-10-05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