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중 기자의 교육 talk] 오락가락 우레탄 대책, 가끔은 천천히 가자

[김기중 기자의 교육 talk] 오락가락 우레탄 대책, 가끔은 천천히 가자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16-08-18 18:02
수정 2016-08-1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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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이 뛰노는 학교 운동장과 트랙에서 중금속이 다량 검출되면서 일부 학교 운동장에 진입금지 선을 둘러치고 경고문을 세웠습니다. 개학을 해도 진입금지는 여전합니다.

우레탄 운동장과 트랙의 재설치 과정 전후를 살펴보면 설익은 교육정책이 얼마나 많은 낭비와 피해를 유발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교육부가 지난 3월부터 전국 학교 운동장과 트랙을 전수조사했습니다. 우레탄이 깔린 학교는 2763곳이고, 이 중 64%인 1767곳에서 기준치를 넘는 중금속이 나왔습니다. 문제가 된 것은 주로 납 성분입니다.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줘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유발하는 물질이지요. 기준치의 20배가 넘는 납 성분이 검출된 곳이 479개교, 100배가 넘는 학교도 15개교나 됐습니다.

학교에서 쓰이는 우레탄에는 2011년에 만들어진 한국산업표준(KS) 기준이 있습니다. 1767곳 가운데 1215곳이 기준 마련 전 우레탄을 설치했고, 나머지 552곳은 그 이후에 깔았습니다. 시공 전에는 성분 검사를 했지만 이후 관리는 부실했습니다. 교육부가 검사한 곳은 5년 동안 12곳에 불과했습니다.

교육부는 문제가 불거지자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습니다. 지난달 27일 이준식 부총리는 전국 시·도 부교육감을 불러 “즉각 시공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문제가 불거진 학교의 84%인 1459곳이 우레탄으로 재교체하길 원했습니다. 교육부는 이들 학교가 새로 공사할 때 KS 인증을 받은 ‘친환경 우레탄’을 쓰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쉽지 않습니다. 우레탄을 시공할 수 있는 업체는 전국에 50여개뿐이라 올해 안에 시공이 어렵습니다. 교육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모두 교체하겠다고 했지만 예산 확보도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전면교체 비용 1470억원 가운데 교육부가 추경안으로 제출한 776억원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전액 삭감됐습니다. 우레탄에 대한 현행 KS 기준에 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가 빠져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현재는 납, 수은, 카드뮴, 크롬 등 4가지만 검사하게 돼 있습니다.

사면초가에 빠진 교육부는 결국 지난 15일 “연말까지 KS 기준을 새로 만들고, 우레탄 재시공은 전면 금지하겠다”고 했습니다. 대신 문제가 없는 마사토와 천연잔디로 교체하도록 했습니다. 교육부의 추경안도 최근 국회에서 다시 책정됐습니다.

교육부가 마구 내질렀던 정책을 늦게나마 수습한 건 다행입니다. 물론 2학기에도 운동장과 트랙을 못 쓰는 학교도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학교가 주의해서 안전수칙을 잘 지키면 큰 문제가 발생하진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그래도 교육부가 우레탄 운동장과 트랙의 재시공을 두고 난리 쳤던 일을 돌아보면 쓴웃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부디 이번에는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꼼꼼하게 문제들을 점검해 가면서 정책을 추진하길 바랍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이니까요.

gjkim@seoul.co.kr
2016-08-1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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