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IT 봉사단 ‘은빛둥지’
노인이 노인에게 컴퓨터 등 교육눈높이 반복 수업에 만족도 높아
경기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의 노인 정보기술(IT) 교육시설 ‘은빛둥지’에서 학생들이 캠코더와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은빛둥지 제공
박상묵(68)씨는 사무직 회사원으로 평생을 일했지만 컴퓨터 사용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채 은퇴했다. 퇴직할 때쯤 컴퓨터를 쓸 일이 늘어났지만, 젊은 직원들에게 부탁하면 다 해결됐다. 그런 박씨가 지금은 ‘어르신 IT(정보기술) 봉사단’에서 동년배들에게 그래픽 전문 소프트웨어인 ‘포토샵’을 가르치는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장·노년층에게 IT를 통한 사회참여와 재능기부의 기회를 주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어르신 IT 봉사단이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1400여명의 노인이 봉사 활동에 참여해 2만여명에게 IT 지식과 활용법을 전수했다.
윤씨와 박씨는 모두 학생으로 사업에 참여했다가 교사로 변신하며 ‘청출어람’을 실현했다. 이들은 경기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에 있는 ‘은빛둥지’ 봉사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윤씨로부터 교육을 받고 있는 송모(64)씨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대해 손자들에게 물어보면 너무 어렵게 알려 줘 언젠가부터 배우는 걸 포기하고 있었는데, 비슷한 나이 또래의 강사에게 같은 눈높이에서 1대1 맞춤교육을 받게 되니 이해가 참 쉽다”고 말했다.
어르신 IT 봉사단에 참여하면 보수도 지급되기 때문에 교사 신청 경쟁률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젊은 사람이 나름대로 열심히 가르쳐 주니까 그냥 알았다고 하거든. 그런데 실은 아는 게 아니야.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게 노인인데, 그 마음을 알고 다시 반복해 알려 주는 거, 그게 비결이지.”(박씨)
“컴퓨터 자판에 영어가 써 있고 이메일 주소도 영어로 적어야 하다 보니까 노인 대다수가 ‘영어를 모르면 컴퓨터를 배울 수가 없다’고 오해를 하지. 나도 그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영어를 숫자처럼 하나의 기호라고 생각하라고 알려 주는데, 그런 점들이 통하는 거 같아.”(윤씨)
송정수 미래부 정보보호정책관은 “어르신 IT 봉사단의 장점을 바탕으로 다른 소외계층 정보와 사업도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2016-06-07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