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1500억 ‘공교육 정상화?’
교육부는 2014년부터 ‘고교 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받는 교육만으로도 입학이 가능한 전형 시스템을 갖추도록 대학들을 독려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학생과 학부모의 사교육 부담 경감이 기본 취지입니다.학교 공부만 해서는 들어올 수 없도록 입학전형을 설계해 놓은 곳이 여럿 포함돼 있는 탓입니다.
우선 논술전형을 꼽을 수 있습니다. 교육부는 이 사업을 통해 학교 정규수업으로 대비하기 어려운 논술고사 실시 대학이 줄고 있다고 홍보합니다. 전국 201개 대학 가운데 올해 논술을 치르는 대학은 모두 28개입니다. 이 가운데 24개가 지원 대상에 선정됐습니다. 세 번째로 많은 돈을 받는 고려대는 논술로 1040명을 선발합니다. 올해 논술을 보는 대학 중 가장 많습니다. 두 번째로 돈을 많이 받는 경희대도 920명을 논술로 선발합니다.
선정 대학 중 상당수가 학생부 종합전형과 논술전형 등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학생부 종합전형을 실시하는 서울대는 자연계의 경우 3개 영역에서 각각 2등급 이내를 요구합니다. 고려대(인문계 2개 영역 등급 합 4등급 이내, 자연계 3개 영역 각각 1등급)도 어려운 조건을 제시합니다. 아무리 학생부 종합전형을 많이 준비했더라도 수능 등급이 낮으면 불합격입니다.
최근 대학들이 급격히 늘리는 학생부 종합전형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큽니다. 자율·동아리·봉사·진로 활동 등 이른바 ‘자동봉진’이라는 비교과 활동으로 평가하는 이 전형에 대해 학교 현장에선 “정규 활동으로 준비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수업을 마친 뒤나 주말 시간을 ‘자동봉진’에 할애해야 해 내신과 수능 점수 압박을 받는 학생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런 학생들의 어려움에 대해 교육부의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대학 입시는 기본적으로 대학 자율이기 때문에 교육부가 전형에 대한 구체적 수치를 규제하긴 어렵다”는 것입니다. 3년 동안 15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인 사업치고는 대답이 참 초라합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6-05-19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