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나와도 취업난에 시달려… 학벌 무의미” 학벌없는사회 자진해산

“명문대 나와도 취업난에 시달려… 학벌 무의미” 학벌없는사회 자진해산

박기석 기자
박기석 기자
입력 2016-04-29 09:40
수정 2016-04-29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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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정문.  출처=서울대학교 홈페이지 캡처
서울대 정문. 출처=서울대학교 홈페이지 캡처


학벌 타파를 주장해온 시민단체 학벌없는사회가 “학벌이 더 이상 좋은 삶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며 자진해산을 선언했다.

29일 교육계에 따르면 학벌없는사회 회원 300여 명은 지난해 가을부터 해산 준비에 돌입해 지난달 25일 마지막 총회를 열어 ‘해산’을 선언했다. 학벌의 대물림은 공고화됐지만 노동과 공동체가 붕괴한 상황에서 집단주의 문화인 ‘학벌’이 더는 권력 획득의 통로가 되지 못한다는 현실인식에서 ‘발전적 해체’를 택하기로 한 것이다.

학벌없는사회는 1998년 출범한 시민단체로 대학 평준화, 서울대 해체론 등 급진적인 교육 대안을 제시하며 바람을 일으켰지만 소위 명문대 졸업생들도 취업난에 허덕이는 현실에서 운동의 인식기반이 급속히 약화돼 최근 수년 새에는 눈에 띄는 활동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 단체를 마지막으로 이끌었던 이철호 전 대표는 총회에서 발표한 ‘학벌없는사회를 해산하며’라는 글에서 “지난 17년간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학벌없는 사회는 단체로서의 활동을 중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학벌 사회가 해체되어서가 아니라 그 양상이 변했기 때문”이라며 “학벌 사회는 여전히 교육 문제의 질곡으로 자리하고 있지만 더는 권력 획득의 주요 기제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 자체가 해체되어가는 현실이 같은 학벌이라고 밀어주고 끌어주는 풍속조차 소멸시켰다는 진단이다. 자본의 독점이 더 지배적인 상황에서 학벌이 권력을 보장하기는커녕 학벌조차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학벌과 권력의 연결이 느슨해졌기에 학벌을 가졌다 해도 삶의 안정을 유지하기 힘들다”며 “학벌 패거리 문화가 존재하지만, 심리적 위안일뿐 실제적 통로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실인식에 더해 시민단체로서의 최소한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본력 등 현실적인 이유도 자진해산의 배경이 됐다.

학벌없는사회 구성원들은 단체는 해산해도 이주 노동자와 학교 밖 청소년 등의 다른 분야로 이동해 사회운동을 계속할 방침이다.

이 대표는 “이제는 학벌없는사회를 넘어선 새로운 운동이 필요하다”며 “자본의 독점과 노동의 불안, 그로 인해 삶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소멸해가는 개인들과의 연대의 길을 찾아 떠나려 한다”고 글을 끝맺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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