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로서 목표의식 뚜렷… 취업공부 올인하는 한국과 대조
이런 우연이 있을까요. 드넓은 중국 땅에서 한국인 대학생 두 명을 만났습니다.지난 9일 중국 출장 도중 짬이 나 베이징대 구경을 갔습니다. 칭화대 콘퍼런스 홀에서 취재하던 중 ‘육교 하나만 건너면 베이징대’라는 말을 듣고 같이 출장 온 타사 기자를 꼬드겨 대학으로 향했습니다.
칼바람을 맞으며 추위를 뚫고 육교 위를 걸어가다 베이징대 점퍼를 입은 학생과 맨발에 슬리퍼를 신은 채 걸어가는 학생을 봤습니다. 영하의 날씨에 맨발에 슬리퍼만 신고 가는 모습이 재밌어 타사 기자에게 “중국 학생들은 발에 열이 많은가 봐”하고 농담을 건넸습니다. 그 순간 두 학생이 익숙한 한국어로 이야길 나누는 모습이 들어왔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걸었습니다. “혹시 한국 학생들인가요?” 깜짝 놀란 두 대학생. 가톨릭대 국제학부 4학년 서성용씨와 3학년 이건희씨였습니다. 둘은 학부에서 진행한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4개월 전 이곳에 왔습니다.
두 학생이 아니었다면 베이징대에 들어가지도 못할 뻔했습니다. 아무나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베이징대는 공안(경찰)이 학생증을 일일이 검사합니다. 학생이 아니면 방문증이 있어야 합니다.
도서관에 갔습니다. 수재들 중의 수재만 입학하는 까닭에 베이징대 도서관 앞에는 도서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인파로 북적거립니다. 자기 자녀가 베이징대에 들어오길 바라는 중국 부모들의 마음이지요. 유명한 관광코스 중 하나라고 서씨가 설명합니다.
두 학생의 도움으로 도서관 안에까지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출입구를 지나 조금 들어가니 책을 펼쳐놓은 모습의 조형물이 벽에 붙어 있는 1층 홀이 나옵니다. 조형물 하단엔 베이징대 설립연도인 ‘1898’이란 숫자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습니다. 도서관은 홀을 중심으로 ‘□’자 형태의 3층 건물입니다. 2층 복도에서는 학생들의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각 층 계단과 복도에 책상이 놓여 있는데, 각 층의 책상에선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도서관은 흔히 ‘대학의 심장’이라 불립니다. 대학의 면학 분위기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내로라 하는 수재 수백명이 집중하고 있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습니다. 잠깐의 방문이었지만, 베이징대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도서관을 나와 두 학생과 대학 내 커피숍 ‘파라다이스’에 들렀습니다. 그들에게 베이징대 학생들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습니다. 서씨는 “베이징대 학생들은 단순히 취업을 위한 공부는 하지 않는다”며 “이런 학생들과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무겁다”고 했습니다. 이씨는 “한국과 달리 세계로 나가 뭘 하겠다는 뜻이 확고한데, 그게 가장 부럽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대학생이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대학 시리즈를 취재하며 학생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이들의 고민은 대부분 취업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우리 대학들 역시 취업이 잘되는 학과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한창입니다. 우리 대학이 너무 눈앞만 내다보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베이징대 도서관의 열기로 머릿속이 뜨거웠습니다. 콘퍼런스 홀로 돌아가는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말이 귓가를 맴돌았습니다.
gjkim@seoul.co.kr
2015-12-08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