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등 교과과정 베끼며 변질… 학원 등록하고 ‘국제학교’ 간판 “
유치원과 비슷한 형태로 운영하지만 영어로 수업하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속칭 영어유치원) 중 일부가 외국의 교육과정을 통째로 들여와 성업 중이다. 이런 곳들은 ‘학원’으로 등록하고 학부모들에게 ‘국제학교’ 등 명칭으로 홍보하면서 우리나라 유아들에게 검증되지 않은 ‘선진국의 교육과정’을 장점으로 내세워 값비싼 학원비를 받고 있었다.현재 전국의 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300여곳으로, 한국 유치원의 교육과정 등을 모방해 영어로 수업하는 형태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11곳은 아예 외국의 교육과정을 수입해 운영 중이다. 국내에서 외국 교육과정을 운영하려면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등에 따라 교육기관을 설립해야 한다. 사교육걱정은 “학원으로 등록해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외국계 유아 영어학원이 영어 외에도 수학, 과학, 사회 등 외국의 교육과정을 아무 제재 없이 무분별하게 도입했다”고 지적했다.
등록은 학원이라고 했지만, 정작 학부모들에게는 ‘인터내셔널 스쿨’이나 ‘국제학교 유치부’, ‘영어 유치원’ 등을 내세우고 있다. 뉴질랜드 초등학교 1∼2학년 정규과정까지 운영한다고 홍보하는 곳도 있었다. 외국의 초등학교 1~2학년 교육과정을 가르치는 등 사실상 선행학습도 하는 셈이다.
11곳의 학원비 평균은 월 130만원으로 일반 유아 영어학원(75만원)의 배에 가까운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국·공립 유치원의 월평균 학비는 9664원, 사립 유치원은 21만 4859원이다. 안상진 사교육걱정 부소장은 “교육 당국이 무분별한 외국계 유아 영어학원 실태를 조사해 탈법을 바로잡고, 필요하면 법령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원 명칭을 쓰지 않고 학교·스쿨 등의 명칭을 사용하거나, 등록된 과정 외의 과목을 가르쳤다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5-11-19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