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수능에 대입 ‘삼각 체제’ 판 흔들린다

물수능에 대입 ‘삼각 체제’ 판 흔들린다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15-10-29 23:12
수정 2015-10-30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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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우수 인재 찾기 고육지책… 서울대·고려대 등 선발 방식 변경

이른바 ‘물수능’ 때문에 대입제도의 기본 틀이 흔들리고 있다. 지나치게 쉽게 출제함에 따라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변별력이 약해지자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해 대학들이 선발 방식을 바꾸고 있다. 대학들 입장에서는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자구책이지만 오락가락 복잡한 입시에 피곤해지는 것은 수험생들이다.

고려대는 현재 고1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는 2018학년도 입시부터 전체 입학생의 절반가량을 고교 추천 전형으로 선발하고 수시모집에서 논술고사를 아예 폐지하기로 했다고 지난 28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고교 내신의 영향력이 대폭 강화되고 반대로 대학별 고사인 논술과 수능의 영향력은 대폭 줄어든다.

이런 변화는 ‘교육부 방침 순응’과 ‘서울대 따라잡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행보로 보인다. 기존의 ‘학교장 추천’이 ‘고교 추천’으로 바뀌면 재수생 지원이 불가능해지는데, 이는 서울대의 지역균형전형과 거의 동일한 형태다. 논술 폐지 결정에는 지금까지와 달리 교육부의 정책을 따르고 그 과정에서 반대급부를 얻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는 대학 가운데 특기자 전형을 가장 많이 뽑는 대학이자 논술 고사를 시행하며 수시에서 수능최저기준을 적용해 교육부의 500억 규모 ‘고교교육정상화 기여대학’ 사업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대학으로 꼽혔다. 반대로 서울대는 이 사업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고려대가 서울대 모형과 유사한 형태로 가면서 다른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이만기 유웨이 평가이사는 “주요 대학들이 서울대·고려대 형태로 갈지, 아니면 논술을 그대로 유지하는 연세대 형태로 갈지 조만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위권 학생들의 입시 부담도 늘게 됐다. 현재의 입시 체제에서는 수험생이 자신의 성적에 맞게 대부분 일정한 ‘군’(群)을 정해 놓고 지원하는 경향이 강한데 앞으로는 좀 더 다양한 형태의 전형에 대비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학들의 이런 움직임은 ‘쉬워도 너무 쉬운 수능’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현재의 대입 체제는 교육당국(수능), 대학(대학별고사), 고교(내신)의 이른바 ‘삼각 체제’로 구성돼 있다. 이 체제가 균형을 이루지 못할 때는 대학들이 나서는 경향이 강해진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수능이 변별력을 잃으면서 대학이 입시전형을 바꾸고 그 여파가 고교에 그대로 전달되는 구조”라며 “수능에서 한 문제만 틀리면 등급이 바뀌는 등 변별력을 잃어버린 수능이 사실상 자격고사화되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능의 변별력이 약해진 데다가 대학들이 수시모집에서 우수 신입생을 ‘입도선매’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2013학년도에 35.7%였던 정시모집은 2016학년도 32.5%로 줄었다. 고려대도 이번 개편안에서 정시 비율을 25.9%에서 약 15%로 10% 포인트 정도 낮췄다.

고려대의 입시제도 개편이 긍정적인 결과를 낼 것이라고 낙담하긴 어렵다. 고려대는 “현재의 논술고사가 사교육을 유발한다”며 폐지 이유를 밝혔지만 고교추천전형을 실시하면서 서울대처럼 ‘심층면접’을 본다면 수험생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고려대 입시 개편안이 일반고 학생들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예측이 대부분이지만 고려대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할지에 대해서는 내년 3월에나 밝힐 예정이다. 이종서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입 변화가 잦으면 결국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5-10-3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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