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된 후보들에 대해 ‘투표행위 제외’ 방식 의견 묻기로교수평의회 “모호하고 현실성 없어…진정성 여전히 의심”
올해 차기 총장 선출에 앞서 교수 인준투표 제도를 폐지해 교수사회의 반발을 산 연세대 이사회가 총장 후보에 대한 교수들의 의견을 사전에 수렴할 대안을 마련했지만 교수들은 뜨뜻미지근한 반응이다.14일 연세대에 따르면 이 학교 이사회는 최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총장 후보로 추천받은 이들이 총장 직무 수행에 적합한 인물인지 교수들의 의견을 묻는 제도를 올해 18대 총장 선출 과정에 적용하기로 의결했다.
2011년 17대 총장을 선출할 때는 총장 후보 심사위원회가 추천한 복수 후보 중 한 명을 이사회가 지명하면 교수들의 대의기구인 교수평의회(교평)가 투표로 인준 여부를 결정하고, 인준되면 이사회가 최종 임명하는 제도가 시행됐다.
그러나 이사회는 이런 인준투표제가 학교 개혁을 일관되게 추진할 총장을 뽑기 어렵게 하고 학내 구성원 간 갈등을 불러온다는 이유로 지난달 폐지했다. 대신 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할 다른 방안을 놓고 교평과 논의를 거쳤다.
이사회가 새로 내놓은 방안은 총장 후보 심사위원회로부터 후보로 추천받은 각 인물의 자료를 요약, 교평에 전달하고 해당 후보가 총장 직무 수행에 적격인 인물인지 전체 교수의 의견을 모으는 방식이다.
교수들은 후보자 개개인의 학식과 덕망, 경영·행정 능력, 국제적 감각, 대학 발전 계획, 미래에 대한 구상에 관해 의견을 낼 수 있다.
이사회는 재적 교수의 과반으로부터 총장 직무수행에 부적격하다는 평가를 받은 후보는 총장으로 선임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후보에 대한 선호도나 순위 조사 등 ‘투표 행위’로 여겨질 수 있는 방식은 배제된다. 투표 행위가 개입됐다고 판단되면 이사회는 교평의 의견 수렴 결과를 판단 자료로 쓰지 않는다.
이사회는 의견수렴 방법과 절차를 ‘추천된 후보들이 모두 동의하는 방식’으로 교평이 정하게 했다.
그러나 교평은 이사회가 내놓은 방안에서 여전히 교수사회 의견 수렴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교평 관계자는 “’후보 전원이 동의하는 방식’의 기준이 모호하고, 방학에 들어가면 교수들이 개인 일정상 연락이 안 되는 경우도 많아 ‘재적 교수 과반’ 요건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총장 선출 일정이 어찌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사회가 진정 교수 의견을 반영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연세대에는 올 4월 현재 전임교원 기준으로 내국인 2천7명, 외국인 122명이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교평은 다음 주 중 대의원 총회를 열어 이사회가 내놓은 방안의 수용 여부를 포함해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한 대응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