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동창회 120년사 발간 추진에 반대 여론
15일 서울대 개교기념일을 앞두고 총동창회가 서울대의 정통성을 확립하겠다며 연말을 목표로 발간을 추진하는 ‘서울대 120년사’와 관련한 논란이 재조명되고 있다.13일 서울대에 따르면 서울대 총동창회는 ‘개학 120주년’을 맞아 올해 말까지 ‘120년사’를 출간하고자 이태진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가 편찬위원장을 맡아 각 단과대학의 역사를 합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대는 경성제국대학에서 해방 후 이름이 바뀐 경성대학과 전문학교 9곳이 통합되면서 종합대학의 모습을 갖추게 된 1946년을 개교 원년으로 잡고 있다. 이 때문에 15일은 서울대 개교 69주년이다.
그러나 1895년 설립된 법관양성소를 서울대 모태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총동창회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1946년 8월 미군정이 공포한 ‘국립서울대학교 설립에 관한 법령’은 경성 경제·치과·법학·의학·광산·공업전문학교, 경성 사범·여자사범학교, 수원농림전문학교와 경성대학(경성제국대학의 후신) 등 10개 학교를 통합해 9개 단과대학과 대학원을 둔다고 명시하고 있다.
총동창회 등은 이를 근거로 경성법학전문학교의 기원인 법관양성소가 1895년 5월 6일 개교했다는 이유로 1895년을 개학연도로 주장한다.
개교·개학 연도를 두고 견해가 분분하자 2010년 대학 최고의결기구인 평의원회가 ‘개학 1895년, 개교 1946년’으로 정리했지만 이에 대한 이견은 여전하다.
최근 총동창회가 주도하는 120년사 편찬 작업은 전신 학교가 없는 인문대, 사회대, 음대, 미대 등을 제외한 각 단과대학의 구한말 관립학교와 전문학교의 뿌리를 합치는 작업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문리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반발을 불러 일으켰고, ‘개학 120주년’이 출간되는 올해까지 반대 여론은 봉합되지 않은 상태다.
반대하는 측은 일제 강점기 식민지배의 아픔을 담은 경성제대의 역사가 서울대 역사로 편입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개학 120주년’을 거부하고 있다.
서양사학과 최갑수 교수는 “개학과 개교를 나누는 것은 말장난”이라며 “개학 연도를 1895년까지 끌어올리면 경성제대의 역사까지 포함하게 되는데, 이는 식민지배 문제를 가리고 신생독립국의 종합국립대로서 출발한 서울대의 역사를 가리는 역사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학내구성원인 학생들은 아예 개학 120주년에 대해 들어보지 못한 경우도 많다.
사회대 대학원생 권모(25)씨는 “학교에 5년째 다니고 있지만, 개학연도가 1895년이라는 주장은 처음 듣는다”며 “단과대 별로 정체성을 찾을 수는 있겠지만 종합대학으로서 개학연도를 따로 둬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총동창회 관계자는 “학내 논쟁이 많은 부분이기는 하지만 일본강점기 각 전문학교와 현대 서울대의 관계성은 부정할 수가 없다”며 “각 전문학교의 학문적 성과나 민족운동에 끼친 업적은 서울대인들이 기려야 할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