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정책연구 거쳐 대안 마련”…반대여론에 발표시기 조정
교육부가 교육과정 개정을 추진하면서 찬반 논란이 컸던 초등학교 교과서의 한자 병기 문제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교육부가 결정 시한을 내년 말로 미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22일 개정 교육과정을 확정·발표하며 초등학교 한자교육과 관련해 “적정 한자 수 및 표기방법 등 구체적인 방안은 정책연구를 통해 2016년 말까지 대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한자 교육은 관련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 교육과정 고시와 함께 발표될 것으로 예상한 한자 병기 방침이 사실상 1년 뒤로 연기된 셈이다.
교육부는 작년 9월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을 발표할 때 초등학교 한자 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교과서에 한글과 한자를 병기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한자 병기가 학생들의 어휘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에서다.
올해 들어서는 9월까지 초등학교 한자 교육의 활성화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혀왔다.
교육부가 결론을 미룬 것은 초등학교 교과서의 한자 병기에 반대하는 여론이 그만큼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한글관련 시민단체는 한자 병기가 사교육을 부추기고 학습부담을 가중한다며 반발해왔다.
또 많은 초등학생이 이미 한자를 공부하는 상황에서 굳이 교과서에 넣을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지난달 24일 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위원장 김경자)가 개최한 한자교육 공청회에서는 찬반 양측이 고성을 지르고 몸싸움까지 하는 파행을 빚었다.
반대 여론이 이어지자 교육부는 사교육을 유발하지 않는 범위에서 초등학생의 적정 한자를 결정하고 학교 시험에 출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교육부는 결정을 미룸으로써 여론을 좀 더 살피고 더욱 치밀하게 준비할 여유가 생긴 것이다.
한자교육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개정 교육과정은 초등학교 3∼4학년에는 2018년부터, 5∼6학년에는 2019년부터 각각 적용되는 만큼 시간은 넉넉하다.
교육부가 정책연구를 거쳐 초등학교 한자교육 방안을 발표하더라도 본문에 한글과 한자를 나란히 병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재춘 교육부 차관은 개정 교육과정에 관한 브리핑에서 “교과서 날개단이나 바닥(주석), 단원 끝에 학생들이 단어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한자를 설명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자를 교과서 각주나 날개 단에 표기하면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한자를 병기하는 것보다 학습부담이 적다.
김 차관은 초등학교의 적정 한자 수와 관련해선 “초등학생이 알아야 할 기본적인 한자, 예를 들면 300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는 지난 4일 ‘2015 개정 교육과정(문·이과 통합형) 총론 제2차 공청회’에서 교과서 각주나 날개 단에 한자를 수록하는 방안을 교육부에 제안했다.
또 초등학교 5∼6학년 교과서에 한해 한자를 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한글단체는 각주나 날개 단에 한자를 표기하는 방식도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에 초등학교 한자 교육을 둘러싼 논쟁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