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식은 교육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제에 협력한 애국자”…학생들 반발
동덕여자대학교가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필수 강의에서 친일 행적이 드러난 학교 설립자 조동식(1887∼1969)을 옹호해 논란이 일고 있다.10일 동덕여대 총학생회와 재학생들에 따르면 동덕여대는 지난달 31일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동덕인성교육’ 과목 강의에서 조동식에 대해 “교육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제에 협력한 애국자”라는 내용을 교육했다.
강의 교재에는 “춘강(조동식의 호) 선생은 교육이 구국의 길임을 확신하고 민족의 얼을 지키려고 교육에 심혈을 기울였다”, “춘강 선생 또한 민족운동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에 들었지만 의암(손병희의 호)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은 춘강이 교육자로서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득했다” 등 조동식을 옹호하거나 변명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학교 측은 수강생들에게 강의를 들은 소감문을 제출하도록 하고, 이를 제출하지 않으면 출석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공지했다.
동덕인성교육은 동덕여대가 올해 처음 도입한 과목으로, 별도의 학점은 없지만 출석이 부족해 이수하지 못하면 졸업할 수 없는 교양필수 과목이다.
문제는 조동식이 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 등에서 일본과 조선은 하나라는 ‘내선일체(內鮮一體)’와 일본의 총력전 체제에 협력해야 한다는 ‘총후생활(銃後生活)’을 주장한 탓에 친일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조동식은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의 교육·학술 부문에 수록됐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705’인 명단에도 포함됐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은 “조동식은 황국신민화·내선일체·징병제 등 일제 식민정책 옹호에 앞장선 대표적 교육계 친일인사”라고 설명했다.
방 국장은 “학교를 위해 친일을 했다는 것은 교육 분야 친일 인사의 후손들이 늘 하는 변명”이라며 “일제강점기 일제의 정책에 저항하며 학교 문을 닫기까지 한 평양 숭실대나, 교장 자리에서 쫓겨난 근화학교(지금의 덕성여대) 차미리사 여사 등의 사례를 보면 그와 같은 변명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동덕여대 신입생들은 학교 측의 조동식 옹호에 반발해 교내에 대자보를 붙이고 ‘동덕인성교육’의 중단을 요구했다.
강의를 직접 들은 국사학과 15학번 신입생들은 대자보에서 “조동식이 어쩔 수 없이 일제에 협력했다며 ‘애국자’라는 이름으로 그를 포장하는 학교 측의 행동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강제로 이런 수업을 학생들에게 듣게 하는 학교 측의 태도에 분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덕여대 총학생회도 성명서에서 “(조동식은) 우리 동덕이 가진 부끄러운 역사”라고 규정하고 “학교는 이를 인정하고 더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인성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조동식의 친일행위를 왜곡, 미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일부 학생들은 학교 측의 이와 같은 조동식 옹호가 최근 이사장으로 선임된 조원영 전 총장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조 이사장은 조동식 설립자의 손자다.
조 이사장은 총장 재임 시절인 2003년 학교 운영과 관련한 비리 의혹으로 교육부 감사를 받은 후 사퇴했다가 올해 초 이사가 됐으며, 지난달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