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연구용역 보고서
영재교육을 받는 초·중·고생 10명 중 8명이 수학·과학에 집중되는 등 영역별 쏠림 현상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입시 위주의 영재교육이 사교육 시장 과열을 부추긴다는 경고도 나왔다.31일 건국대 산학협력단이 교육부의 연구용역을 받아 작성한 ‘영재교육 영역 다양화 및 활성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영재교육을 받은 학생은 모두 11만 7949명으로, 이들 중 수학이나 과학 관련 과목의 영재교육을 받은 학생이 9만 7431명으로 전체의 82.6%를 차지했다. 발명과 인문사회, 정보 영재와 예체능 등 분야는 모두 합쳐 20%가 채 안 됐다.
이런 편중 현상은 정책의 방향을 ‘다양한 분야 영재 배출’에 맞춰 놓고도 당국이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영재교육은 2002년 정부의 1차 영재교육 진흥 종합계획에 따라 2003년부터 본격화했다. 2003년 1만 9974명이었던 영재교육 대상자는 2014년 11만 7949명으로 6배로 늘었고, 같은 기간 영재교육 기관 수는 400곳에서 2920곳으로 무려 7배 이상 늘었다.
양적으론 팽창했지만, 수학과 과학 분야 쏠림 현상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1차 영재교육진흥종합계획 이후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시행한 ‘제2차 영재교육진흥종합계획’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분야별 영재학교를 지정하고, 영재교육원과 영재학교의 특성화를 추진하도록 했다. 하지만 2007년 수학이나 과학 관련 분야 영재교육을 받은 학생 비율은 당시에도 82.6%로, 지금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발명이 2.5%에서 3.7%로 늘고, 정보는 6.9%에서 2.6%로 줄어드는 등 비율이 소폭 바뀐 수준이었다.
연구팀은 또 영재교육이 창의인재 양성 등 본래 취지와 달리 고입 및 대입 진학을 위한 ‘스펙’으로 인식되고 활용되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연구팀은 “한두 번의 시험 검사를 통해 영재교육 대상자를 선발하기 때문에 영재교육에 참여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고, 실제로 사교육 의존도도 점차 심화하고 있다”며 “영재교육의 본질보다는 입학사정관제 등을 통한 대학 진학에 초점을 맞추는 학생과 학부모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연구팀은 이와 관련, “시대적,학문적 맥락에 따라 영재교육은 수학·과학과 같은 특정 분야를 넘어서 인문사회와 예술영역, 그리고 사회 및 정서적 영역으로까지 다양하게 확대될 필요가 있다”며 “수학·과학 등의 학문 분야별 판별이 아닌 새로운 판별 방법이 고안돼야 하며 인문사회 분야 등에서 사이버 영재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5-06-0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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