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출제오류 개선안·2016학년도 기본계획 발표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읽기평가 28문항 가운데 8문항은 영어 지문을 읽지 않고도 정답을 맞힐 수 있었다. 지문의 주장과 주제 등을 찾는 대의 파악 6문항과 지문과 내용이 일치하는 세부 정보 파악 4문항 등 10문항 가운데 8문항의 지문이 EBS 교재에서 그대로 출제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영어 만점자 비율은 응시자의 3.37%(1만 9564명)로, 역대 최악의 ‘물 수능’으로 기록됐다.조난심(오른쪽)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직무대리가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기본계획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세종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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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원 관계자는 “대의·세부 정보 파악 유형은 영어의 가장 기본적인 능력을 재는 문항으로, EBS와 연계하지 않은 지문이 출제된 문제의 정답률이 70~80%일 만큼 쉽다”면서 “변형 지문이라고 해도 단어가 평이하고 통사구조가 복잡하지 않게 출제해 기본적 영어 능력을 갖춘 수험생들이 풀 수 있게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EBS 교재에 온실효과의 원인에 관한 글이 수록돼 있다면 그 지문을 그대로 갖다 쓰는 것이 아니라 온실효과와 관련된 유사한 지문을 이용해 출제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수험생 입장에서는 지문을 해석하지 않고 풀 수 있었던 8문항이 사라지는 것이기에 실제 시험장에서 느끼는 난도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낯선 지문이 늘어남에 따라 수험생, 특히 중·하위권의 체감 난도는 전년 수능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며 “EBS 지문과 다른 지문을 결합한 지문 또는 유사 지문 등으로 출제한다고 해도 수험생 입장에서는 EBS 교재와 연관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만점자 비율이 4.30%나 됐던 수학 B형 등 다른 영역의 난이도는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와 평가원은 “학생들이 학교교육을 충실히 받고 EBS 교재 및 강의로 보완하면 수능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출제할 계획”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 17일 발표한 시안에서 과도한 만점자가 나오지 않도록 적정 변별력을 확보하겠다던 방침이 본안에선 자취를 감춘 이유는 ‘쉬운 수능’ 기조를 유지해 사교육 확대를 막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재춘 교육부 차관은 “과도한 학습 부담에서 벗어나 우리 학생들이 꿈과 끼를 키우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교육 기본 철학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2015-04-0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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