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구조개혁 평가 앞둔 대학 ‘학점 인플레’ 잡으려 제도 손질
주요 대학들이 ‘학점 인플레’를 잡고자 잇따라 재수강 요건 강화 등 학사제도를 손보고 있다. 투자 없이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는 속셈이다. 하지만 취업과 로스쿨 진학을 위해 평점 0.1점이 아쉬운 학생들은 “일방통행식 통보”라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지난해 8월 홍익대도 2학기부터 모든 과목에 대해 A학점 30%, B학점 40% 등의 비율로 상대평가를 하겠다고 발표했다가 학생 반발로 올 1학기까지 유예했다. 그러나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난 지난달 교무처장이 교수 전원에게 메일을 보내 상대평가를 권고한 사실이 알려져 학내 반발을 불러왔다.
서강대도 올해부터 학기당 재수강이 가능한 과목을 현행 두 과목에서 한 과목으로 제한했다. 단, 재수강이 가능한 학점에는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각 대학 총학생회는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앙대 커뮤니티 ‘중앙인’에는 “지금도 중앙대 졸업생 평균 평점은 타 대학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유학, 공기업 취업, 로스쿨 등 학점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분야의 진출은 아예 포기하게 하려는 건가”라는 글이 올라왔다.
서강대 총학생회도 최근 재수강 가능 과목을 지금처럼 2과목으로 유지하라고 요구하는 공문을 학교 측에 제출했다. 기말고사가 끝난 뒤 학교 측에서 성적평가 방식을 상대평가로 바꾸고, 지난해 2학기로 소급적용한다고 밝혀 파문이 일었던 한국외대는 학생들이 서울북부지법에 성적평가제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대학들의 이런 움직임은 교육부 ‘대학구조개혁 평가’와 무관하지 않다. 1·2단계로 이뤄지는 평가에서 1단계 60점 만점 중 학사관리는 12점, 그중 학생 평가는 4점이다.
이수연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간발의 차로 등급이 나뉘는 상황에서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도 점수를 올릴 수 있는 ‘학사 관리’에 대학들이 신경을 쓰는 것”이라며 “학내 구성원과 논의 없이 학교 입장만 내세우는 방식은 갈등만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2015-01-2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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