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자로부터 처음 권총 압수…1년 6개월 부산서 은신하며 필로폰 밀거래도 시도

야쿠자로부터 처음 권총 압수…1년 6개월 부산서 은신하며 필로폰 밀거래도 시도

김영중 기자
김영중 기자
입력 2016-07-19 15:11
수정 2016-07-1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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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총을 갖고 부산에서 1년 6개월이나 은신하던 일본 조직폭력단(야쿠자) 중간 간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우리나라에서 외국 조직폭력배로부터 권총을 압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야쿠자 가운데 가장 위험한 조직으로 알려진 ‘구도카이’(工藤會) 소속이었다.

부산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지난 7일 자정쯤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의 한 다가구주택에 숨어 있는 야쿠자 ‘구도카이’ 중간 간부 A(44)씨를 총포·도검 화약류 관리법과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붙잡아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검거 당시 A씨의 머리맡에는 실탄 8발이 장전된 러시안 반자동 권총 TT-30 1정과 총알 11발이 있었다.

이 권총은 지난해 9월쯤 일본에서 들어온 화물에 숨겨 부산항으로 밀반입된 것으로 확인돼 부산 세관 검색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검거된 야쿠자는 중국에서 밀반입한 필로폰 약 1㎏을 일본으로 밀반출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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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방경찰청이 붙잡은 권총을 밀반입해 소지한 야쿠자 중간 간부. 온몸에 야쿠자 특유의 문신을 하고 있다.
부산지방경찰청이 붙잡은 권총을 밀반입해 소지한 야쿠자 중간 간부. 온몸에 야쿠자 특유의 문신을 하고 있다.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경찰은 또 A씨의 은신처에서 3만 1800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 956g과 1회용 주사기 1000여개, 등산용 칼 2자루, 현금 2200만원을 압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재일동포인 A씨는 지난해 1월 26일 일본에서 입국했고, 이틀 뒤 일본 경찰청이 국제경찰조직인 인터폴을 통해 A씨를 수배했다. 숨진 구도카이 전 두목의 유족에게 상속 재산을 내놓으라고 위협한 혐의로 일본 경찰청의 수사망이 좁혀지자 부산으로 도피했다. A씨는 권총과 총알 등을 지난해 9월쯤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인 화물 운송업체 대표 B(54)씨가 기계류 화물에 숨겨 부산항을 통해 밀반입한 것을 넘겨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찰에서 “호신용이기도 했고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면 자결하려고 들여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B씨가 최근 일본으로 도피해 정확한 반입경로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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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자 중간 간부가 일본에서 밀반입해 갖고 있던 권총
야쿠자 중간 간부가 일본에서 밀반입해 갖고 있던 권총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A씨는 지난해 11월 중국에서 들어오는 필로폰을 일본으로 밀반출해달라는 재일동포 C(48)씨의 제안을 받고 지난 6월 6일 경기 수원시에서 필로폰 956g을 받아 은신처에 보관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중국에서 인천항을 통해 필로폰이 밀반입된 것으로 추정한다. A씨는 필로폰을 일본에 있는 C씨에게 넘기려 했지만 갑자기 다른 사건으로 숨져 판매할 곳을 찾고 있었다. 경찰은 일본이 마약 밀반입을 막기 위해 중국에서 들어오는 화물 검색을 강화하자 마약 청정국인 한국을 경유지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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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가 압수한 야쿠자 중간 간부가 갖고 있던 필로폰과 주사기
부산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가 압수한 야쿠자 중간 간부가 갖고 있던 필로폰과 주사기 부산지방경찰청 제공
야쿠자 구도카이는 일본 후쿠오카(福岡)현 기타큐슈(北九州)시가 근거지다. 구도카이는 민간인과 기업인 등을 상대로 총격을 가하고 수류탄 공격까지 할 정도라 야쿠자 가운데에서도 가장 위험한 조직으로 알려졌다. 일본 경찰청은 2012년 12월 구도카이를 일본 야쿠자 가운데 처음으로 ‘특정위험 지정 폭력단’으로 지정했다. 미국 재무부가 자산 동결 등 경제제재를 할 정도로 거대한 조직으로 조직원만 600명 이상으로 파악된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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