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손자 학교 가기 무섭다 울어”…지진 닷새만에 첫 등굣길

“초등생 손자 학교 가기 무섭다 울어”…지진 닷새만에 첫 등굣길

신성은 기자
입력 2017-11-20 10:10
수정 2017-11-2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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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 잇따르자 학생·학부모 불안감…고3 수험생 평정심 유지 노력

“다른 아이들 다 가는데 안 보낼 수도 없고. 좀처럼 마음이 안 놓이네요…”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지 닷새 만인 20일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 첫 등굣길에 나섰다.

이번 지진 진앙인 흥해읍을 비롯해 포항 대부분 학교가 교실·복도 벽에 금이 가거나 건물 외벽이 떨어지는 등 피해를 봤다.

게다가 지난 15일 첫 지진이 난 뒤에도 여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등교날인 이날 오전에도 규모 3.8 지진이 발생했다.

이런 까닭에 학생들은 좀처럼 불안함을 떨쳐 버리지 못하는 모습이었고, 학부모들도 “학교를 믿고 아이를 보내도 되느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놨다.

한 초등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출근하자마자 회의를 열어 지진 대처방안을 다시 한 번 논의했다. 또 어린 학생들이 벽면에 금이 난 복도 등 일부 시설에 접근할 수 없도록 통제했다. 실내에서 뛰어다니지 않도록 강조하기도 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학생 안전을 위해 여진 발생에 신속히 대처하는 것에 신경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인 딸을 둔 학부모 정승혜(44)씨는 “하루 이틀 결석해서 해결이 날 것 같으면 그렇게 할 텐데 그런 상황이 아니니 어쩔 수 없이 학교에 보냈다”며 “학부모끼리 단체 메신저 방에서 걱정을 나누고 있다”고 했다.

지진으로 비교적 피해가 없는 북구 포항초는 오전 자체적으로 유치원생을 비롯한 전교생 270명을 대상으로 1시간 동안 지진대피 훈련을 했다.

학생들은 등교하자마자 1교시부터 각 교실에서 동영상으로 지진대피 행동요령을 보고 지진 발생을 가정해 책상 밑으로 들어간 뒤 곧바로 운동장으로 대피했다.

이어 학생들은 주의사항을 들은 뒤 해일이 일어날 것에 대비해 학교와 붙어있는 수도산으로 대피하는 요령을 익혔다.

포항초 승남숙 교장은 “평소에도 지진 교육을 하는데 이번 지진으로 불안해하는 우리 학생들 안전을 위해 전체 교사 의견을 모아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반면 수능을 3일 앞둔 고3 수험생들은 서로를 다독이며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포항고등학교에 다니는 현호용(18) 군은 “생각보다 학교 곳곳이 많이 망가졌다”며 “포항에 있는 학생 모두 어려운 상황에 놓였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 중이다. 수능 때까지 더 집중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자연현상이라 어쩔 수 없으나 너무 불안해 시험에 집중할 수 없다”는 등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도 있었다.

지진 대피소인 흥해공고 체육관에서 만난 한 70대 할머니는 “초등학교 1학년 손자가 오늘 울면서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해 마음이 아팠다”며 “계속 여진이 나 모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전했다.

이날 포항에 있는 125개 초·중·고등학교 가운데 휴교를 한 곳은 17곳(초등학교 13곳·중학교 4곳)이다. 시설보완 등을 이유로 학교장 재량으로 1∼5일 더 학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포항교육지원청 측은 “현재까지 특별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없다”며 “일선 학교와 비상 연락체계를 유지하며 만일이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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