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자사고 폐지 예고 후폭풍…교육계 찬반 ‘팽팽’

외고·자사고 폐지 예고 후폭풍…교육계 찬반 ‘팽팽’

입력 2017-06-14 16:09
수정 2017-06-1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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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서열화 주범” vs “다양성 훼손”

경기도교육청이 외고와 자사고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히면서 교육계가 찬반 논란에 휘말렸다.

해당 학교들은 다양성 교육을 무시한 일방적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으나 외고와 자사고가 고교 서열화의 주범이라며 폐지를 찬성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학교를 계층화, 서열화하는 외고와 자사고 등을 폐지하고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며 “앞으로 외고와 자사고 등을 재지정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도내에는 8개 외고(과천외고, 동두천외고, 안양외고, 고양외고, 김포외고, 경기외고, 성남외고, 수원외고)와 2개 자사고(안산동산고, 용인외대부고)가 있다.

이들 학교는 5년마다 도교육청의 학교 지정 평가를 받고 있으며, 평가 결과에 따라 재지정받거나 그 지위를 박탈당한다. 재지정 또는 지정취소 권한은 교육감에게 있다.

도내 외고, 자사고의 지정 평가는 이 교육감의 임기(2018년 6월) 이후인 2019∼2020년 예정돼 있어 그의 폐지 의지가 그대로 실현될지는 불투명하나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를 볼 때 외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그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정부가 외고와 자사고의 지위와 성격을 규정한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을 개정한다면 교육청의 운영평가 전에 일반고로 전환될 수도 있다.

일반고 전환이 가시화되자 해당 학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기지역 A외고 교감은 14일 “외고 폐지를 공약을 내세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경기도교육청이 아무런 사전협의 없이 이런 발표를 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외고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교육의 다양성을 훼손한다며 부당함도 내비쳤다.

A외고 교감은 “외고, 과학고, 예술고, 체고 등 특수목적고를 만든 취지가 있을 텐데 이제 와 외고만 없애겠다는 건 불합리하다”며 “정부가 나서 공립외고도 만들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오랜 시간 외고, 자사고 체제로 운영하던 학교를 한순간에 일반고로 전환할 경우 맞닥뜨릴 과제도 문제다.

B외고 교장은 “외고는 일반고에 비해 외국어 영역 교사가 월등히 많아 일반고로 전환했을 시 교사수급에 문제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C자사고 교감은 “아직 정부가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도교육청이 일방적으로 이런 원칙을 발표하는 건 직권남용”이라며 “교육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모두 한번에 바꿔버리겠다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일반고와 다른 학비체제, 남아돌게 될 기숙사 등 학교시설의 처리도 난제다.

B외고 교장은 “국가 정책에 의해서 결정되는 걸 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느냐”며 “그러나 외고가 폐지되더라도 외국어교육에 대한 수요가 사라지는 건 아니어서 조기 유학이나 고가의 비인가 외국어 학교 성행 등 풍선효과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외고, 자사고의 이런 우려와 달리 일부 학부모와 교원단체는 일반고 전환 방침을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최은순 회장은 “특목고 중 과학고, 체육고, 예술고 등과 달리 외고는 제 역할을 못 하고 입시교육에만 치중해 줄 세우기, 학생 간 위화감을 조성해왔다. 자사고 역시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외고, 자사고 폐지는 오래전부터 논의됐으나 실현되지 않았다”며 “이번 정부에서 이른 시일 내 반드시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김재춘 정책실장도 “적극 환영한다”며 “자사고, 외고로 우수학생이 집중되면서 일반고가 슬럼화되는 경향이 있었는데 앞으로 이런 현상이 줄어 공교육이 정상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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