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서양 실종 화물선 한국선원 가족들, 부산 대책본부 사무실서 통곡

남대서양 실종 화물선 한국선원 가족들, 부산 대책본부 사무실서 통곡

강원식 기자
입력 2017-04-02 16:27
수정 2017-04-02 16:31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남대서양에서 연락이 두절된 한국 화물선 스텔라 데이지호 선사인 ‘폴라리스 쉬핑’ 해사본부가 있는 부산 사무실은 2일 실종된 한국인 선원들의 구조소식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울음과 한숨소리로 하루 종일 침통한 분위기였다.

한국인 선원 가족들은 선사 등으로부터 사고 소식을 듣고 대책본부가 차려진 부산 해사본부에 지난 1일 밤늦게 속속 도착해 인근 숙소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이날 날이 밝자마자 해사본부에 모여 구조를 간절히 기도하던 가족들은 구조활동 진전이 없다는 소식에 낙담하며 눈물을 쏟았다. 윤동영 삼등 항해사의 어머니는 아들 이름을 부르며 통곡해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선원 가족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구조활동에 나서주기를 요청했다. 임경준(2기사) 선원의 장인 윤문갑(69)씨는 “망망대해에서 구명조끼 하나만 입고 있을 선원들이 저체온증에 걸리지 않도록 최대한 빨리 구조를 했으면 좋겠다”며 애를 태웠다.

가족들은 구명뗏목을 타고 있던 선원 2명이 구조됐다는 소식에 안도했다가 한국인 선원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자 낙담했다. 일부 선원 가족은 대책본부 벽면에 붙어 있던 선사의 ‘인명안전사고 제로, 무사고 안전제일 운동’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뜯으며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가족들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마지막 구명뗏목 1척에 선원들이 꼭 생존해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선사 등에 따르면 최대 16명까지 탈 수 있는 구명뗏목에는 3일치 식량이 실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 확대
실종 선원 가족
실종 선원 가족 실종 선원 가족 “제발 살아있기를”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2일 오후 부산 중구에 있는 ’폴라리스 쉬핑’ 해사본부에서 실종된 한국 화물선 스텔라 데이지호 선원 가족이 애타게 구조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2017.4.2
wink@yna.co.kr/2017-04-02 15:02:41/ <저작권자 ⓒ 1980-201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선사 측은 이날 오후 실종자 가족들을 상대로 사고 당시와 수색상황 등에 대해 브리핑을 했다. 선사 측에 따르면 구조된 필리핀 선원 2명은 사고 직전 배에서 큰 진동이 느껴진 뒤 갑자기 배가 기울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한국인 선장이 퇴선 명령과 함께 모든 선원을 비상소집장소로 모이라고 지시했고, 선원들은 구명정을 타고 탈출하려고 했지만 파손된 상태여서 구명 뗏목을 바다에 던진 뒤 바다에 뛰어들었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들은 바다를 헤엄치다 구명뗏목에서 만나 표류하던 중 구조됐다.

실종 선원 가족들은 “선박이 침몰할 때 발생하는 위성 조난 신호를 받고도 왜 신속하게 대처하지 않았냐”며 선사 측의 늦은 대처를 질타했다.

선사 측은 “조난 신고를 받고 사고선박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시도하면서 현지 해난구조센터(MRCC)에 구조 요청을 했고 인근 해역을 운항하는 구조 선박을 수배하는 등 비상대응조치를 했다”고 해명했다.

스텔라 데이지호는 지난달 26일 브라질에서 출발해 우루과이 인근 해역을 지나던 지난달 31일(한국시각) 오후 11시 20분쯤 한국 선사에 선박 침수 소식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발신한 뒤 연락이 끊겼다. 스텔라 데이지 호는 1993년 유조선으로 건조된 뒤 광석 운반선으로 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