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어려워지자 논술학원들도 ‘썰렁’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른 다음 날인 13일 오전 서울 대치동 학원가의 논술학원들은 예년 같지 않게 썰렁한 분위기였다.‘물수능’ 얘기가 나왔던 지난해 수능 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문을 열기도 전에 학부모들이 학원 앞에 길게 줄을 섰던 풍경은 이날 찾아볼 수 없었다.
아침부터 흩뿌린 비 때문만은 아니었다. 올해 수능이 예상보다 어렵게 출제되면서 많은 수험생이 기존에 예약한 논술 강의를 줄줄이 취소했다.
대치동의 A논술학원 앞에서 만난 학부모 인모(46·여)씨는 “서울 상위권 대학 논술 강의를 예약해 뒀는데 점수가 잘 안 나와 취소했다”면서 “전화로 취소해도 되지만 일단 이제 어떻게 할지 상담을 해보려고 학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규모는 작지만 잘 가르치기로 유명하다는 B학원 접수대는 3명의 직원이 쉴 새 없이 전화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예약 취소 전화였다.
자신을 ‘본부장’이라고 소개한 한 직원은 “한 강의에 70∼80명 정도가 들어가는데 오늘 아침에만 대부분의 강의가 40% 정도 예약이 취소됐다”면서 “하향 지원하려고 한 단계 낮은 대학 강의로 재신청하는 수험생도 있지만 아예 재수를 결심하는 수험생들도 있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학원가에서는 국어·영어·수학 영역에서 국어 B형을 제외한 모든 영역의 1등급 커트라인(컷)이 작년보다 하락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시험이 어렵게 출제되자 애초 목표로 삼았던 대학이 요구하는 등급을 받지 못할 것으로 우려한 수험생들이 줄줄이 논술학원 등록을 취소하는 것이다.
학원 한쪽에서는 여학생들이 굳은 표정으로 “이제 어쩌지?”, “나도 몰라. 근데 다들 어려웠다니까 똑같은 거 아닐까?” 하며 한탄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인근의 C학원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논술 열기가 좀 있느냐”라는 질문에 이곳 직원은 “보시면 알잖아요?”라며 학부모 한 명만 서 있는 접수대를 가리켰다.
하지만 경기가 안 좋아도 잘 되는 집은 잘 되는 법이다. 대치동 학원가 대로변 한복판에 있는 D학원은 규모 면에서 가장 큰 것으로 꼽히는 논술학원이다.
지난해만큼은 아니지만 이곳에서는 열기가 느껴졌다. 이날 10시에 문을 연 접수대에는 강의를 신청하러 온 학부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11시가 넘어서자 20명가량이 줄을 섰다.
이곳 성균관대와 서강대 논술 강좌는 문을 연 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마감됐다.
아들이 단대부고에 다닌다는 학부모 윤모(49·여)씨는 “시험이 어려웠다지만 우리는 일단 저질러 보자는 쪽”이라면서 “목표한 대로 의대에 도전하려고 의학논술과 수리논술 강좌를 신청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곳 수강료는 강좌마다 다르지만 강의 한번 듣는데 20여만원 수준이다. 비싸지만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자연계 수험생을 둔 학부모 김모(45·여)씨는 “이제는 돈이 고갈됐다”며 한숨을 쉬고는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나는 그렇게 악착같은 엄마가 아닌데도 아들이 논술이 간절하다니까 다른 엄마들한테 수소문해 이렇게 달려왔다”고 털어놨다.
수능을 망쳐 등급 컷을 간신히 충족하는 대학에 지원할 예정이라는 한 여학생은 “어쩌겠어요. 대학 가야 하는데”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