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본부장이 말하는 잇단 출제오류 배경은

수능본부장이 말하는 잇단 출제오류 배경은

입력 2014-11-25 00:00
수정 2014-11-2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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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출제오류 개선 토론회 개최…EBS 수능 연계 필요성 논란

국회의원 주최의 한 토론회에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연이은 출제 오류가 발생하게 된 배경을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조용기 평가원 수능본부장은 25일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2014·2015학년도 수능 출제오류 논란 경과와 향후 대응계획’을 주제로 발표했다.

조 본부장은 우선 대입전형 완료 후 성적 재산출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출제오류에 대해서 두 가지 아쉬운 점을 지적했다.

하나는 사실 관계의 변화에 대한 검증을 철저히 하지 않고 ‘2012’란 연도를 사용한 점, 나머지 하나는 교과서의 설명 내용을 재검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 본부장은 “세계지리를 비롯한 사회현상을 탐구하는 과목들의 교과서 내용은 변화하는 현실을 즉시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과목 특성을 고려해 교과서의 설명 내용을 재검증하는 작업이 출제 및 검토과정에서 철저하게 이뤄졌다면 논란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수능에서 출제오류로 복수정답 처리가 된 영어 25번 문항에 대해서는 “명백한 실수”라고 규정했다.

조 본부장은 “영어 영역은 기출문항이 타 영역에 비해 수십 배 많은 편”이라며 “기출 문항과 다른 문항을 출제하기 위해 다수의 문항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쌓인 출제진의 피로도가 이런 단순 실수를 방지하는 데 장애가 된 것 같다”며 영어 문항 개발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생명과학Ⅱ 8번 문항이 논란이 된 것은 “중의적인 해석이 가능할 수 있는 표현으로 ‘보기’의 선택지를 진술했다는 데 있다”고 밝혔다.

조 본부장은 “생명과학Ⅱ과목이 의·치대 등을 지망하는 상위권 학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과목”이라며 “이런 점 때문에 출제진이 상위권 변별 문항 개발 필요성을 지나치게 의식하면서 8번 문항의 난도를 무리하게 높이고자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출제 오류가 일어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토론자들은 수능과 EBS 연계 문제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이번 수능에서 출제오류가 발생한 두 문항이 모두 EBS 연계 문항이었다.

조왕호 대일고등학교 교사는 EBS 연계 정책으로 EBS가 “절대권력”이 되다 보니 EBS 교재가 “고3 교실의 교과서”가 된 현실을 지적했다.

조 교사는 특히 “EBS 연계 출제가 강조되면서 학력고사 시대의 암기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EBS 연계 방침이 학생들의 이해력, 문제해결능력, 창의력 등을 제고하고자 한 수능 시험의 취지나 고교 교육 정상화를 이룩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대훈 전(前) EBS 강사는 “현재 EBS 강의가 전혀 교육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공교육의 탈을 쓴 ‘또 하나의 사교육’ 내지 ‘아류 사교육’ 일뿐 바람직한 수업모델을 제시해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전 강사는 EBS 연계율을 현행 70%에서 30∼40%로 낮추면서 현재의 문제풀이식 강의에서 ‘창의적 재량학습’ 수업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삼수 EBS 학교교육기획부장은 이에 대해 EBS 연계정책에 학생과 학부모들 대다수가 동의하고 있다며 EBS 연계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BS가 외부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인문계 고교 재학생 학부모 83.3%가 EBS 수능연계정책이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

또 인문계 고교 재학생 학부모 77.1%가 연계 정책을 “현행대로 유지”(40.5%)하거나 “더욱 강화”(36.6%)해야 한다고 답했다.

인문계 고교생의 47.5%는 “사교육보다 EBS가 더 도움이 된다”고 밝혀 “EBS보다 사교육이 더 도움이 된다”는 응답(11%)보다 많았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는 수능 출제 개선안으로 문제은행방식을 시범적으로 특정 수능과목부터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양 교수는 “현재와 같은 합숙형 출제방식은 늘 어디선가 문제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너무 크다”며 “내년에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는 출제구조여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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