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돼도 여소야대 불가피…“압도적 지지” 호소하며 집권후 플랜 고민
5·9 장미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측에서 2일 집권 이후의 국정운영에 대한 고민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물론 겉으로는 문 후보 선대위는 “5월9일 대선 이후는 생각하지 않겠다”며 선거 승리에만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내부적으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는 집권 이후를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고민은 문 후보가 최근 자유한국당과의 ‘협치’를 언급한 점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문 후보는 전날 CBS라디오에 나와 “선거가 끝나면 자유한국당도 예외가 아니다. 함께 협치해야 할 대상”이라며 당선된다면 야당의 당사를 직접 찾아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당내 경선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연정’ 제안에 대해서는 각을 세우면서 ‘적폐세력과는 손잡지 않겠다’고 강조했던 것과 비교하면 메시지의 내용이 미묘하게 달라졌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은 “경선 때도 장관 등 자리를 나누는 대연정이 안된다고 한 것이지, 협치에서는 한국당도 대상이라고 생각해왔다”며 “기존의 협치관이 변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상호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기자간담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임을 위한 행진곡’만 봐도 노래 하나 하는 것에 야당의 제의를 거절하는 등 협치가 안돼 답답하지 않았나. 문 후보는 한국당과도 원활하게 소통하면서 협조를 얻겠다는 취지”라며 “세력연합이나 연대를 의미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문 후보가 집권을 하더라도 ‘여소야대’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고려해 문 후보가 현실적인 국정운영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한국당과의 관계설정에서도 강조점이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야권 관계자는 “지금까지 선거에서는 한국당에 각을 세우는 발언이 중심이었다면, 이번 발언은 집권 이후 협력관계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압도적 지지를 통한 개혁동력 확보를 강조하는 동시에, 협치의 가능성을 미리 열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된 ‘섀도캐비닛’(예비내각) 문제 역시 문 후보 측 내부에서는 미리 준비되고 있으리라는 추측이 나온다.
문 후보도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차기 총리로) 제가 염두에 두고 있는 분이 있다”며 “저와 민주당이 중심에 서되 굳이 진영을 가리지 않고 합리적인 진보부터 개혁적 보수까지 다 함께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3일부터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등 ‘깜깜이 선거’에 돌입하면서, 문 후보 측에서는 내각구성 논의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벌써부터 SNS에는 총리 후보자나 차기 국무위원 후보자들에 대한 하마평이 공공연하게 돌아다니고 있다.
다만 문 후보 측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선거 전에 발표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문 후보는 인터뷰에서 “지금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계제는 아니다. 당하고 사전 협의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 공동선대위원장도 “지금 인사를 알아보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인사준비에 돌입하면 ‘벌써 대통령이 다됐나’라는 가장 무서운 말을 들을 수 있다. 후보 입장에서도 인사 얘기를 하는 참모는 밉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참모가 예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사관련 얘기가 나올수록 캠프 전체가 동요하고 선거에 집중하지 못한다. 아예 그 싹을 잘라버려야 한다. 후보도 열심히 뛰는데 (참모들이) 지금부터 대통령 전화 받으려고 집에 가 있으면 어떻게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자도 토끼를 잡을 때 전력질주를 하는데, 지지율에 취해 방심하면 5~7% 움직이는 것은 일도 아니다. 잿밥에 관심을 두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