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표심 이동 흐름과 연계…文 ‘적폐 프레임’ 씌우기 경계령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주변에 구(舊) 여권 인사들이 몰려들고 있다.최근 지지율이 급등한 이후 선대위 참여를 타진해보려는 인사들이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야권이 아닌 구 여권인사들의 문의가 쇄도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대선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안 후보의 양강 구도로 점점 굳혀지면서 갈 곳을 잃은 보수표심이 안 후보 측에 점점 쏠리고 있는 흐름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나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등 범보수 측 후보들의 지지율이 좀처럼 상승 탄력을 받지 못하면서 안 후보가 문 후보의 사실상 유일한 대항마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야권 후보로 분류됨에도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에서 단연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할 정도로 보수 표심확보에 성과를 거두고 있다.
문제는 무분별한 세불리기 속에서 구 여권 인사들을 가리지 않고 받았다가는 자칫 역풍에 휩쓸릴 수 있는 점이다.
보수층으로의 외연 확대도 필요하지만 자칫 외부인사들의 잘못된 영입으로 강성 보수 이미지와 결부된다면 결코 득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텃밭인 호남 지역과 중도·젊은층 유권자들의 표심을 끌어안는데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여기에다 최대 경쟁주자인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 측이 안 후보 측을 향해 ‘적폐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는 것도 크게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안 후보 측은 ‘국정 농단 세력과 연대는 결코 없다’며 반박하고 있지만 자칫 문 후보측이 올가미처럼 깔아둔 ‘적폐 프레임’에 걸려들지 않을까 잔뜩 경계하는 분위기다.
안 후보 측은 이에 따라 외부 인사 영입에 있어 친박(친박근혜)계를 비롯한 강성 보수인사들을 엄격히 가려내고 있다.
실제로 여당 국회의원 출신 A씨는 선대위 참여를 위해 여러 채널을 통해 다각도로 ‘로비’를 했지만, 강경한 보수 색채 때문에 안 후보 측에서 난색을 보였다고 한다.
안 후보 측의 한 인사는 16일 “지금 선대위 참여는 상당히 ‘좁은 문’이 됐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같은 구 여권 출신이라도 ‘합리적 보수’로 인정받는 경우는 다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측 인사들이다. 반 전 총장의 정무특보를 지낸 이상일 전 의원의 경우 이런 케이스로 안 후보 선대위에 고문 자격으로 참여하게 됐다.
이밖에도 안 후보 측은 반 전 총장 측 인사와 지지세력을 지속적으로 흡수하고 있다.
다만 보수적 이미지로 채색되는데 대한 내부의 우려가 상존하고 있는 탓에 당분간 구 여권 출신 인사 영입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선대위 안팎에서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