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파면·구속→독주체제→양자구도→1강2중2약→‘깜깜이’→최후 승자는?
사상 초유의 대통령 보궐선거가 60일 동안 숨 가빴던 레이스를 마치고 9일 유권자의 선택을 기다리게 됐다.이날 치러진 조기 대선은 헌정사에 유례가 없는 현직 대통령의 파면으로 시작됐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3월 10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재판관들의 만장일치로 파면했고, 헌법에 따라 60일째인 이날 박 전 대통령의 후임을 선출하게 된 것이다.
선거 기간이 예년에 견줘 훨씬 짧았지만, 판세는 하루가 다르게 요동쳤다. 그런 와중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건 ‘문재인 대세론’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30% 넘는 지지율을 유지했다.
당내 경선에서 안희정 충청남도지사의 추격을 뿌리친 문 후보는 2012년 대선에서 자신에게 패배를 안겼던 박 전 대통령이 3월 31일 구속되자 한껏 기세를 올렸다.
마침내 지난달 3일 민주당 후보로 확정되자 문 후보는 경쟁자였던 안 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의 지지층을 일부 흡수했다.
이어 지난달 17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그는 ‘촛불 민심’을 동력으로 삼아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선거가 임박하면서 지지율은 40% 안팎으로까지 치솟았다.
문 후보의 독주를 위협했던 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였다. 지난달 초순 안 후보 지지율은 문 후보에 근접했다. 양자대결에서 역전한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2월 1일)과 황교안 국무총리(3월 15일)의 불출마로 갈 곳 잃은 보수층의 지지가 안 후보에 쏠린 결과로 풀이됐다.
또 국민의당 전국 순회 경선을 거치며 지난달 4일 안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로 선출되자 정치권에는 ‘안풍(安風) 경계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자 구도’는 오래 가지 못했다. 안 후보의 지지율 곡선은 급등했던 기울기만큼 하락하기 시작했다.
양자 구도의 붕괴는 후보 개인기를 드러내는 TV 토론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상승세, 선거가 임박할수록 지지층이 양극화하는 현상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안 후보는 지지율 급등 뒤 조정, 6차례 실시된 TV 토론 부진과 상대후보 진영의 네거티브 공세 등이 맞물려 지지율이 하락했다.
그러는 사이 홍 후보가 치고 올라왔다. 항소심 무죄 판결로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난 그는 궤멸 직전인 우파·보수 진영의 구심점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때마침 ‘4월 위기설’ 등으로 불거진 한반도의 안보 위기 상황은 한 자릿수에 머무르던 홍 후보의 지지율을 두 자릿수로 끌어올렸다.
한편으로는 “뇌물 먹고 자살”, “세탁기에 돌리자”, “강에 빠져 죽자” 등 자극적 표현으로 조명을 받았다. 과거의 ‘돼지 흥분제’ 사건으로 구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지역감정을 방불케 하는 영남 지지 호소, 문·안 후보를 싸잡아 비난하는 좌우 대결구도도 홍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됐다.
안 후보와 홍 후보의 지지율이 접전 양상을 보일 무렵, 막판으로 치달은 대선은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깜깜이’ 모드에 들어갔다.
‘1강(문 후보) 2중(안·홍 후보)’으로 흐른 판세에서 문 후보는 압도적 지지율을 바탕으로 한 당선을, 안·홍 후보는 막판에 이를 뒤집는 대역전을 공언해왔다.
현재까지의 지지율만 놓고 보면 이날 문 후보의 청와대 입성 가능성이 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20∼30%로 나타난 부동층의 향배에 따라 뜻밖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특히 부동층이 주로 중도·보수 성향인 것으로 분석되면서 이들이 투표소에서 어느 한쪽으로 쏠릴 경우 승패는 예측불허다.
한때 주목받았던 ‘제3지대론’이나 ‘빅텐트론’은 힘을 잃었지만, 근저에 흘렀던 ‘반문(반 문재인) 정서’가 어떻게 작용할지도 변수다.
투표함을 열었을 때 박빙의 승부가 펼쳐진다면, 약체로 평가받았던 바른정당 유승민·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득표율이 승패를 좌우할 요소다.
이들은 TV 토론에서 맹활약했다. 최대 약점인 ‘사표 방지론’을 극복하기 위한 거리 유세도 큰 호응을 얻었고, 심 후보의 경우 두 자릿수 지지율도 넘보게 됐다.
문 후보가 대세론을 현실화할지, 안·홍 후보가 대역전 드라마를 쓸지, 유·심 후보의 막판 분전이 어떤 결과를 낼지 이날 저녁 개표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