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전국 훑으며 ‘통합 행보’… 安 호남·보수 표심 ‘각개격파’

文 전국 훑으며 ‘통합 행보’… 安 호남·보수 표심 ‘각개격파’

이영준 기자
이영준 기자
입력 2017-04-23 22:36
수정 2017-04-23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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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별 선거운동 1주일간의 동선에 담긴 선거전략

5·9 대선 후보들은 공식 선거운동 첫 한 주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강행군을 펼쳤다. 후보의 ‘대선 행보’에서 방문지는 곧 정치 메시지가 된다. 따라서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후보들의 동선을 살펴보면 캠프별 선거 초반 전략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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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상징성이 큰 첫 일정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시작했다. 이어 경부선을 타고 대전, 경기, 서울을 하루 만에 모두 훑었다. 이와 동시에 당 지도부는 광주에서 출발해 대전에서 문 후보와 만나 상경하는 일정을 소화했다. 이어 문 후보는 한 주 동안 전국을 권역별로 빠짐 없이 방문했다. 서울을 제외하면 중복 방문한 지역이 한 곳도 없었다. 후보 중에서 유일하게 상대적으로 표 수가 적은 제주와 강원까지 두루 찾았다. 지역주의를 극복한 첫 ‘통합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일정을 통해 밝힌 것이다. 문 후보는 또 기념공원, 재래시장, 복지회관, 대학교 등 방문 지역도 후보 중 가장 다채로운 편이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 문 후보와 반대로 서울에서 출발해 지난달 18일 대선 출정식을 개최한 대구로 하방(下方)했다. 이어 자신의 고향이 있는 부산·경남(PK)으로 넘어가 집중 유세전을 펼쳤다. 지난 20일 수도권 일대를 하루 방문한 뒤 다시 경북 지역으로 내려갔다. 지지세가 약한 호남은 방문하지 않았다. 선거 초반 전통적 지지기반인 영남권의 보수표부터 재결집해야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홍 후보는 일주일 동안 서민 민심이 집결하는 재래시장만 13곳을 방문하며 ‘당당한 서민대통령’이라는 슬로건에 부합하는 행보에 주력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하루 사이 지역과 지역 간 여러 차례 장거리 이동을 지양하고 한 지역에서 다양한 일정을 소화하는 식으로 움직였다. 한 지역 내에서 강하고 깊은 인상을 심어 주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안 후보는 새벽에 인천 해상교통관제센터(VTS)를 방문한 뒤 국민의당의 지지기반인 호남으로 내려갔다. 홍 후보가 영남권 민심 얻기에 집중했다면 안 후보는 호남 민심 잡기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호남발(發) ‘녹색 민심’을 탄탄하게 다져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호남의 안주인이 안 후보임을 천명하며 문 후보에게 안방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안 후보는 또 충청권과 대구, PK 지역을 잇따라 방문하며 흔들리는 보수표 흡수에도 만전을 기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의 시작과 동시에 이틀 동안 ‘수도권’ 행보에만 주력했다. 7일 가운데 호남권과 영남권을 하루씩 방문한 것 이외에 나머지 5일을 수도권에서 보냈다. 홍 후보가 영남권, 안 후보가 호남권, 문 후보가 전국을 훑는 동안 틈새를 공략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수도권의 보수 세력을 규합해 지지율 반등을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노동이 당당한 나라’라는 슬로건에 맞춰 수도권과 경남 지역의 공업단지 등을 방문하며 노동자 표심에 집중 호소했다. 다른 후보와 달리 방송 인터뷰 일정의 빈도가 높았다는 게 특징이다. 또 전남 순천과 구례, 광주 등을 방문해 호남권 내 진보 표심을 얻는 데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2017-04-2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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