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선 주자들 명암
‘3선’ 박원순 당내 지분 확보이재명·김경수 지지 기반 확인
원희룡 보수 구심점 역할 기대
‘참패’ 안철수·남경필 2선으로
6·13 지방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여권 시장·도지사 당선자들은 차기 대권 주자로 부상한 반면 기존의 야권 주자는 대권 경쟁 구도에서 밀려나는 모습이다.
철거되는 선거 벽보… 다시 일상으로
주민센터 직원들이 14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 효자주차장 앞에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벽보를 철거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민주당이 서초구를 제외한 24개 자치구를 싹쓸이하는 대승을 거두면서 박 시장은 당내 지분과 지지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여의도 정치와 거리가 멀고 민주당 정치인보다 행정가 정체성이 강해 대선 주자로서 약점이 있다는 꼬리표 역시 떼어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 시장 역시 선거 전날인 지난 12일 “이번에는 오로지 당을 위해 당이 공천한 후보를 위해 혼신을 다해 뛰었다”면서 “이제 제가 당과 거리가 있는 후보라고는 아무도 얘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자도 예상을 뛰어넘는 대승을 거두면서 대권 주자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이 당선자는 지난 두 차례의 성남시장 선거와 경기지사 선거에서 지속적으로 ‘형수 욕설 논란’, ‘배우 김부선과의 불륜 의혹’에 시달렸지만 이를 극복해 내면서 탄탄한 지지 기반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민주당의 경기지사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층과 갈등을 빚은 점은 이 당선자가 향후 대권 가도에서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지방선거가 실시되고 23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로 경남지사에 당선된 김경수 당선자는 단숨에 대권 주자 반열로 발돋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김 당선자는 당내 주류 세력으로부터 확고한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다만 드루킹 특검의 수사 결과가 김 당선자에게 불리하게 나오면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특검 수사가 김 당선자에게 면죄부를 준다면 대권 가도에서 날개를 달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보수가 참패한 이번 선거에서 보수 잠룡 중에서는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가 유일하게 생존, 귀환했다. 원 지사는 선거 초반 민주당 문대림 후보와 접전을 벌였지만 이후 격차를 벌리며 대구·경북을 제외한 지역에서 보수 후보로는 유일하게 승리했다.
원 지사는 선거 이튿날인 14일 대권 주자 부상설에 대한 질문에 “제가 엉덩이가 무거울 때는 무겁다는 걸 보여드리겠다”며 당장은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 중도 세력이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원 지사가 보수의 구심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반면 차기 대권 주자로 항상 하마평에 올랐던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와 한국당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는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이선으로 물러나는 모습이다. 안 후보는 2017년 대선에서 당시 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제치고 득표율 2위에 올랐던 서울에서조차 3위로 밀리면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다.
남 후보 역시 16년간 보수 정당이 차지해 온 경기지사를 내줬다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위기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2018-06-15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