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주민들 500m 뱃길 건너 투표… 잘못 찍었다며 용지 찢어서 사표

섬 주민들 500m 뱃길 건너 투표… 잘못 찍었다며 용지 찢어서 사표

박정훈 기자
입력 2020-04-16 02:12
수정 2020-04-16 04:4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총선 이모저모

‘육지의 섬’ 옥천 오대리서 대청댐 건너와
용지 훼손·술 취해 난동 부린 유권자 체포
이미지 확대
섬 주민도 … 투표하기 딱 좋은 날이네
섬 주민도 … 투표하기 딱 좋은 날이네 제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일인 15일 코로나19 감염 우려에도 전국의 유권자들은 투표소에 나와 참정권을 행사했다. 이날 최종 투표율은 66.2%로 잠정 집계돼 1992년 14대 총선(71.9%) 이후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사진은 육지의 섬으로 불리는 충북 옥천군 옥천읍 오대리 주민들이 투표소에 가기 위해 배에서 내리고 있다.
옥천군 제공
21대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쓰고 비닐장갑을 껴야 하는 불편함도 마다하지 않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15일 전국 투표소에는 만 18세 고교생부터 116세 할머니까지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비닐장갑 등 방역 절차… 10분가량 소요

이번 선거는 코로나19 방역수칙 이행으로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투표소마다 발열 체크와 손 소독, 비닐장갑 착용이 의무화됐고 1m 이상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느라 유권자가 몰리지 않아도 금세 대기 줄이 만들어졌다. 방역 절차 때문에 투표소에 도착해 투표를 마치기까지 10분가량이 소요됐다.

이날 생애 첫 한 표를 행사한 만 18세 새내기 유권자들은 부모나 친구들과 함께 새벽부터 투표소를 찾았다. 그들은 설렘과 긴장 속에 한 표를 행사하며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하길 희망했다. 선거연령 하향 조정으로 투표권을 받은 18세는 전체 유권자의 1.2%인 54만 8986명이다. 이날 오전 6시 30분 부모와 함께 강원 춘천시의 한 투표소를 찾은 고3 학생 이모양은 “투표를 한다는 게 아직 얼떨떨하지만 유권자가 됐다는 사실에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고 밝혔다. 서울 중구 투표소를 찾은 이모군은 “후보와 정당별 공약을 보고 나와 생각이 가장 잘 맞는 후보자와 정당을 신중하게 뽑았다”며 “18세라고 정치를 잘 모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광주 지역 최고령 유권자인 박명순(116) 할머니도 투표권을 행사했다. 박 할머니는 오전 9시 30분쯤 큰며느리와 함께 북구 문흥1동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된 제1투표소를 찾아 투표했다. 박 할머니는 며느리의 부축을 받으면서도 신분 확인과 기표, 용지 제출까지 스스로 해냈다.

●DMZ·마라도 주민도, 서당 훈장님도 한 표

경기 파주시 비무장지대(DMZ) 내 대성동마을 주민들은 군내면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주민들은 자동차를 타고 군내면 통일촌길 백연리 마을회관 2층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아 투표했다. 충북 옥천군 옥천읍 오대리 주민들은 배를 이용해 죽향초등학교에서 투표했다. 주민들은 1980년 대청댐 건설 이후 철선을 이용해 폭 500m의 대청호를 건너다닌다. 충북 제천시 신백동 제2투표소에서는 38.3도와 38도의 발열 증세를 보인 2명이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했다. 국토 최남단 섬인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 주민들은 본섬인 제주도로 나와 투표를 했다. 마라도에는 주소만 둔 채 실제로 거주하지 않는 주민이 절반 이상에 달해 섬 안에 투표소를 설치하지 않았다. 충남 논산시 연산초등학교 투표소에서는 흰 도포를 입고 갓을 쓴 유복엽 양지서당 큰훈장과 가족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이날 전국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를 훼손하거나 소란을 피운 시민들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종로구 창신3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기표를 잘못했다며 투표용지를 찢은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A(49)씨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술에 취한 채 지정된 투표소가 아닌 성북구 종암동 주민센터 투표소를 찾아가 투표를 하겠다고 소란을 피운 B(61)씨를 조사하고 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비닐장갑 착용에 불만을 품고 투표용지를 훼손한 피의자를 붙잡았다. 울산에서는 남구 한 투표소에서 C씨가 투표한 뒤 “기표를 잘못했다”며 용지 교체를 요구했으나 규정상 불가능하다고 거부당하자 화를 내며 용지를 찢기도 했다.

●일반인과 투표후 “난 자가격리자” 밝히기도

서울 용산구에서는 자가격리 중인 D씨가 오후 5시 50분쯤 신용산초등학교에 마련된 이촌1동 제5투표소에서 일반인과 함께 투표했다. D씨는 투표소에 도착한 뒤 별도로 마련된 대기 장소를 찾지 못하고 투표장으로 이동했다. 투표한 뒤 투표사무원에게 자신이 자가격리자라는 사실을 밝혀 선거사무원이 D씨를 대기 장소로 이동시켰고 오후 6시 6분쯤 귀가 조치했다.

한편 경남 거제에서는 9급 말단 공무원 출신인 미래통합당 서일준(55) 후보가 당선됐다. 서 당선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고향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상모 후보를 제쳤다. 거제가 고향인 그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 대신 공무원을 선택했다. 1987년 거제군청(현 거제시청)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뒤 서울시와 서초구청에 근무하며 시정참여 마일리지 제도, 폐쇄회로(CC)TV통합관제센터 등의 시스템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서울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거제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2020-04-16 12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