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인재영입·비례정당 등 전략 주도한 뒤 총선 다음날 사의

더불어민주당의 21대 총선 전략을 물밑에서 주도하고 ‘압승’의 밑판을 짠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선거가 끝나자 다시 ‘야인’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양 원장은 총선 다음날인 16일 연구원장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이제 다시 뒤안길로 가서 저녁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조용히 지내려 한다”고 말했다.

‘저녁을 기다리겠다’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까지 특별한 역할을 하지 않고 떠나있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친문’(친문재인) 핵심으로 문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도왔던 양 원장은 대선 직후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2년 가까이 해외 유랑생활을 하다가 지난해 3월 총선 준비를 위해 민주당으로 복귀했다.

총선 ‘야전사령관’을 자임하며 연구원장직을 맡은 양 원장은 다른 정당, 전국 광역자치단체, 해외 유수 싱크탱크와 민주연구원을 교류 협약을 맺으며 광폭 행보를 시작했다.

‘친문’ 김경수 경남지사와 ‘비문’(비문재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만남을 주선하며 ‘원팀’을 강조했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청와대 출신 출마 인사들의 ‘군기 반장’ 역할을 하며 당내 분란 요소 차단에도 나섰다.

본격적인 총선 과정에서는 민주당의 인재영입을 주도하고 공약 개발, 공천 과정에도 깊숙이 개입했다. 특히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은 이해찬 대표를 보좌하며 최재성 의원과 함께 영입인재 접촉·설득 등을 담당했다.

미래통합당의 미래한국당 창당 후 민주진보진영 비례대표용 연합정당 논의가 시작되자 이와 관련한 협상도 맡았다.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주요 접전지역 민주당 후보들과 연구원 간 공약이행 협약을 잇따라 진행하고 막판 선거전에서는 직접 유세를 벌였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0) 대응과 함께 민주당의 ‘원팀’, 당내 분열을 만들지 않은 시스템 공천, 인재영입과 질서 있는 물갈이, 비례정당 창당 등이 이번 승리를 이끌었다”며 양 원장의 각종 전략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연구원장으로 민주당에 복귀한 지 1년 1개월 만에 다시 야인으로 돌아가는 양 원장은 이날 남은 업무를 모두 정리한 뒤 17일 떠나겠다는 계획이다. 당분간 국내에 머물며 휴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양 원장이 야인으로 지내다가 문재인 대통령 임기 후반기에 청와대로 돌아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을 지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양 원장 본인은 이런 추측에 대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