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은 6개 시군 합친 ‘공룡 선거구’… 文의장 “법률에 배치”

강원은 6개 시군 합친 ‘공룡 선거구’… 文의장 “법률에 배치”

입력 2020-03-03 22:48
수정 2020-03-04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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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획정위, 시도별 조정 내역 보니

인구 하한 13만·상한 27만여명 기준 획정
통합당 “선거 코앞 구역·경계 조정 과도”
민주 측 “법적 하자 있을 때만 재의 가능”
여야 이견 없으면 내일 본회의 처리 전망

노원 후보들 “원칙 없는 졸속” 강력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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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세종, 경기 화성, 강원 춘천, 전남 순천 등 4곳 선거구의 의석은 1개씩 늘리고 서울 노원과 경기 안산, 강원·전남의 농어촌·산간 지역 의석은 1개씩 줄이는 4·15 총선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은 여야 합의만 기다리기에는 4·15 총선까지 남은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에는 선거일 13개월 전까지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도록 돼 있지만 여야는 총선을 43일 남긴 이날까지도 합의를 보지 못했다.

획정위는 선거구 인구 하한 13만 6565명, 상한 27만 3129명을 기준으로 분구 또는 통합을 결정했다. 김세환 획정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지난해 1월 31일 인구수를 기준으로 상하 편차 범위 내에서 세부 획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획정안이 전달된 직후 더불어민주당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민주당 윤후덕 원내수석부대표는 “당 구성원들과 이야기를 해 보고 야당이 어떻게 말하는지 봐야 한다”고만 했다. 미래통합당 김현아 원내대변인은 “선거를 코앞에 두고 구역·경계 조정이 과도하게 이뤄졌다”며 “출마자, 유권자 모두에게 큰 혼란을 줄 수밖에 없다”고 논평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물론 통합당 지도부도 내부적으로는 획정위 안을 ‘나쁘지 않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큰 틀에서 경기·강원·전남의 선거구 수는 변화가 없고, 1곳이 늘어나는 세종과 1석 줄어드는 서울 노원은 모두 민주당 현역 지역이라 어느 쪽의 유불리를 따지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법적 하자가 있을 때만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데 어렵지 않을까 본다”고 전했다.

그러나 당장 선거구가 조정되는 지역 후보들은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통폐합 대상인 노원은 민주당 고용진(노원갑)·우원식(노원을)·김성환(노원병) 의원이 현역이라 현역 간 교통정리가 필요하게 됐다. 고 의원은 “기본 원칙도 지키지 못한 졸속 안”이라고 획정안을 비판했다.

경기 안산은 민주당 전해철(상록갑)·김철민(상록을) 의원과 통합당 김명연(단원갑)·박순자(단원을) 의원이 지키고 있어 역시 현역 간 정리가 불가피하다. 김명연 의원도 “오로지 호남 의석과 특정 정치인의 지역구를 지켜 주기 위해 안산시민을 희생시킨 반헌법적 선거구 획정”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통폐합이 전망됐던 강남 갑·을·병과 경기 군포갑·을은 획정위의 칼날을 피했다.

또 강원에 6개 시군을 합친 ‘공룡 선거구’가 탄생해 농어촌·산간 지역의 대표성 문제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의 면적은 서울의 8배가 넘는다. 당장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선거법상 농어촌·산간 지역 배려를 위해 노력한다고 했는데 6개 군을 묶는 것은 법률에 배치되는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통합당과 민생당도 이 부분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선거법에 따르면 국회는 획정위 안을 그대로 반영하되 명백한 법률 위반이 있다고 판단될 때만 소관 위원회 재적위원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획정위에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 4일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이견이 나오지 않는다면 획정위 안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거쳐 5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다만 농어촌·산간 지역 대표성 문제가 계속 거론될 경우 막판에 획정안이 수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2020-03-0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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