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與 ‘비례연합정당’… 표만 되면 ‘닥치고 뭉치기’

급기야 與 ‘비례연합정당’… 표만 되면 ‘닥치고 뭉치기’

김진아 기자
입력 2020-03-01 22:18
수정 2020-03-02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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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진보 진영 통합 선거연대 논란

“미래한국당이 독차지” 우려에 본격 검토
심상정 “배신”… 손학규 “효력정지 신청”
김부겸 “소탐대실”… 당내 반발도 클 듯
“다양한 정치세력의 원내 진출 돕겠다는
선거법 개정 취지 스스로 걷어차”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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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1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 창당 검토 논의 등에 대한 정의당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1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 창당 검토 논의 등에 대한 정의당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에 대비해 개혁·진보 진영 비례대표 후보를 한데 모은 ‘선거연합 정당’ 창당을 검토하기로 했다. 미래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 의석(총 30석)을 독차지할 가능성이 커지자 원외 진보정당 및 시민사회단체들과 연합해 위성정당을 간접 창당하겠다는 것이다.

범여권의 비례전용 선거연합 정당이 탄생하면 다양한 정치세력의 원내 진출을 돕는다는 개정 선거법의 취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될 뿐만 아니라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범여권과 통합당을 중심으로 한 범야권의 사생결단식 진영 정치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이해찬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그동안 “정치 발전을 위해 비례의석 손해를 감수하겠다”고 공언해 왔으나,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선거공학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위성정당 창당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통합당이 원내 1당을 차지하면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것”이라며 여권 지지층에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주권자전국회의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28일 민주당과 정의당, 녹색당, 미래당 등에 정치개혁 완수를 위한 ‘정치개혁연합’(가칭) 창당 제안서를 보냈다. 위성정당을 창당해 각 당의 비례대표 후보를 모아 미래한국당과 맞서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일 “이 대표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촛불을 들었던 시민사회단체가 제2의 촛불을 드는 심정으로 제안한 것”이라며 “논의를 통해 곧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승수 변호사는 “민주당과 정의당의 결단이 급선무”라고 했다.

다만 민주당이 간접 창당을 결정한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선거법 개정안 처리에 동조했던 정의당이 반발하고 있다. 심상정 대표는 “민주당이 탄핵 세력인 통합당의 파렴치한 술수에 부화뇌동한다면 국민 배신 행위가 될 것”이라며 “1당을 통합당에 빼앗겨 문재인 대통령이 탄핵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은 패배주의적 발상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정의당을 빼고 선거연합 정당을 창당하면 투표가 분산돼 효과가 반감된다. 민생당 소속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위성정당과 관련해 “법원에 정당 등록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선거연합 정당 창당에 뛰어들면 중도층을 놓칠 수 있다는 당내 반발도 만만치 않다. 김부겸 의원은 “소탐대실이다. 민주당은 이익이 아니라 정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당”이라며 반대했다. 시간도 촉박하다. 총선 후보자 등록 시작일인 26일 이전까지 창당과 후보 선출을 끝내야 한다. 위성정당에 참여한 다른 정치세력들과의 밥그릇 싸움도 불가피하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2020-03-0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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