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설선혜 교수·UNIST 정동일 교수 등 공동연구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방역물품을 비축해야하나 ,아니면 세계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져야 하나”?전 세계의 정치 지도자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이와 같은 도덕적 딜레마에 끊임없이 직면해왔고 공리주의 대 비공리주의적 선택 사이에서 고민한다.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하는 리더를 더 신뢰할까? 이에 대한 의미 있는 연구결과가 22개 국가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에 의해 발표됐다.
5일 부산대학에 따르면 부산대 심리학과 설선혜 교수와 UNIST(울산과학기술원) 바이오메디컬공학과 정동일 교수 등 국내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연구책임자: 미국 예일대학교 몰리 크로켓)이 22개국 24,000명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에서 정치 지도자의 공리주의적 선택이 도구적 희생을 담보로 하는지, 공평한 혜택을 지향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공평한 혜택을 위한 리더의 공리주의적 선택은 높은 신뢰를 받았으나, 도구적 희생을 요구하는 공리주의적 선택은 신뢰를 잃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휴먼 비헤이비어 7월 1일자에 발표된 논문 ‘세계적 보건 위기 상황에서의 도덕적 딜레마와 리더에 대한 신뢰’에 소개됐다.
같은 공리주의적 선택이라도 그것이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을 담보하는 것인지(도구적 희생),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고르게 누리도록 하는 것인지(공평한 혜택)에 따라서 사람들의 정치 지도자에 대한 신뢰가 달라졌다.
인공호흡기가 부족할 때 어떤 리더들은 생존 가능성이 높은 젊은 사람들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리더를 신뢰하지 않는다. 반면에 코로나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을 세계 어느 곳이든 가장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리더는 신뢰한다.
즉 도구적 희생을 담보하는 공리주의적 결정은 신뢰받지 못하지만,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고르게 누리도록 하는 공리주의적 결정은 사람들의 신뢰를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연구 대상이 된 22개국(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 멕시코, 미국,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스페인,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영국, 이스라엘, 이탈리아, 인도, 중국, 프랑스, 칠레, 캐나다, 호주)에서 유사하게 관찰됐다.
왼쪽 설선혜 부산대교수< 부산대 제공>
연구는 22개국 연구자 37명이 대규모 국제공동연구팀을 구성해 수행했다. 국내에서는 부산대 심리학과 설선혜 교수가 도덕 판단 연구의 전문가로서 의사결정 연구 전문가인 UNIST 정동일 교수와 함께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담당했다.
설 교수는 “전 세계적 보건 위기 상황에서 여러 조직의 많은 리더들이 도덕적 딜레마 상황에 끊임없이 직면하고 있다.”며 “ 아무도 정답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 딜레마의 특징이자 어려움이지만, 신뢰를 높이는 결정을 통해 중요한 결정들에 대한 협조를 이끌어낼 방법을 제안해준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가 큰 의미를 지닌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