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민중이 개·돼지라면 본인은 기생충”

조정래 “민중이 개·돼지라면 본인은 기생충”

입력 2016-07-12 13:16
수정 2016-07-1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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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풀꽃도 꽃이다’ 출간 기자간담회…‘개·돼지’ 발언 맹렬 비판 “교육문제 해결 없이 국가 미래 없어…사회구조·학부모 인식 바꿔야”

소설가 조정래(73)가 최근 파문을 일으킨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민중은 개·돼지’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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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도 꽃이다
풀꽃도 꽃이다 소설가 조정래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장편소설 ’풀꽃도 꽃이다’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작가는 12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작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 99%가 개·돼지 새끼들이라면 개·돼지가 낸 세금 받아먹고 살아온 그는 누구일까. 그는 개·돼지에 기생하는 기생충이거나 진딧물 같은 존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옛날에 양반들이 백성 위에 군림해서 세금을 내지 않았다. 국란이 오면 군대에 안 갔다. 그게 양반의 실체다. 그래서 조선왕조가 멸망해서 나라를 뺏긴 것”이라며 “그런 신분제도를 공고히 해야겠다는 그 사람이 대한민국의 모든 교육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는 핵심부서 장으로 있다. 그러니 대한민국 교육이 이렇게 됐겠지”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란 사실을 아시길 바란다. 그 사람이 공무원이 돼 살아온 동안에 교육부 전체 분위기가 그 따위였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당사자를 파면시켜야 하고 그를 요직에 앉혀놓은 장관도 책임지고 물러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작가가 이렇게 교육부 고위공무원의 발언에 열변을 토한 것은 이번에 내놓은 신작 소설 ‘풀꽃도 꽃이다’(해냄)가 교육 문제를 정면으로 파고든 소설이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 ‘정글만리’(2013) 이후 3년 만에 신작을 내놓은 그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교육에 의해 엄청난 모순이 생기고, 사람답게 살기 위해 교육받는데 그 교육 때문에 청소년들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죽어가는 것이 우리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학생들이 공부하는 시간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제일 긴 데 학업성취도는 꼴찌다. 억지로 공부시키니 효과가 안 난단 얘기다. 사교육이 광적으로 팽창해 지금 40조원이 넘었다. 경제가 나빠지는 원인 중 하나가 사교육비다. 종합적 문제가 있는데 아무 대책이 없어서 작가가 이걸 안 쓰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소설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소설 내용으로 “공부가 제대로 되는, 머리가 좋은 사람은 0.01%에 불과하다. 그런데 엄마들이 이걸 모르고 100을 투자하면 50의 효과가 나니 200을 투입하면 100의 효과가 나겠구나 해서 투입하는 게 사교육이다. 하지만 인간의 한계는 50일 뿐이다. ‘부모들께서 제발 이런 것 좀 하지 마세요’ 하는 부분과 ‘나라는 도대체 뭐하는 것이냐’ 하는 부분을 얘기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동안 수많은 작품을 냈으면서도 ‘작가의 말’을 쓸 때 이번처럼 통렬한 심정으로 쓴 적이 없다. 그 정도로 교육 문제가 심각하고 우리 미래가 난관에 부딪혀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이 소설이 다소나마 사회 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무너진 공교육 현장에서 잡초처럼 꿋꿋이 신념을 지켜가는 고등학교 국어교사 ‘강교민’이다. 그 주변으로 대기업 부장인 친구 ‘유현우’, 아들의 서울대 진학과 출세에 인생을 건 그의 아내, 엄마의 극성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자살을 꿈꾸는 그의 아들 등이 등장한다.

작가는 교육 현장의 모습을 그대로 담기 위해 ‘정글만리’ 출간 이후 3년간 집중적으로 자료를 조사하고 초·중·고등학교와 사교육 현장을 찾아다니며 관련 종사자들을 취재했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말부터 본격 집필에 들어가 3개월 만에 총 2천212쪽, 두 권 분량의 소설을 완성했다.

그는 복잡한 교육문제의 해법으로 토론식의 창의적인 교육을 강조하며 대안학교와 혁신학교를 현실성 있는 개선책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또 “대학 안 가는 사람을 위해 국가가 마이스터 학교를 만들어 생활인, 사회인으로 크게 만들고 뉴질랜드나 스위스처럼 고졸 전기수리공과 의사의 소득이 별 차이 없도록 해줘야 한다. 그렇게 되면 왜 발버둥치고 대학에 가려 하겠나. 돈의 차별은 인간 차별이다. 사회 전체를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소설을 쓰면서 특별히 힘들었던 점으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하면 균형있게, 학부모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쓰느냐 하는 구성의 문제가 이전 소설들보다 힘들었고, 독자들에게 상처를 주지 말고 희망을 줘야 한다는 데 고심이 컸다”고 털어놨다.

또 “40-50대에 ‘태백산맥’, ‘아리랑’을 쓸 때 매일 평균 35매씩 썼다. ‘정글만리’ 쓰면서는 좀 줄이자 해서 30매로 줄이고 이번에는 더 늙었으니까 20매씩 쓰려고 했다. 그런데 집사람이 작년에 몸이 좋지 않아서 3개월을 까먹어버렸고 그걸 복구하려다 보니 하루에 35매씩, 잘 쓰이는 날은 45매까지 썼다. 역시 나이를 못 속여서 체력이 힘들었다. ‘아리랑’을 쓸 때 탈났던 오른팔 마비증상이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음 작품에 대한 질문에는 “3년 후쯤 나올 소설은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가 주제다. 그래서 ‘개·돼지 같다’고 하는 국민이 국가가 무엇인지를 확실하고 분명하게 알아야만 우리 미래가 있다는 얘기를 할 거다. 대략 5권짜리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앞으로 10년 내에 소설 3∼4가지를 쓸 거다. 내가 스물여덟 살에 등단했으니 55주년이 되는 83세쯤 되면 소설은 더이상 못쓰지 않을까 싶다. 다음 소설 뒤에는 이제 시대 구분 없이 인간 존재, 영혼, 죽음에 대한 문제까지 포괄하는 세계로 가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고령에도 끊임없는 창작열을 보여주는 그는 “늙을 시간이 없는데 세월이 가면서 늙는다”라며 웃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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