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전 안물러난다던 무르시 권좌 최후엔 고립무원

죽기전 안물러난다던 무르시 권좌 최후엔 고립무원

입력 2013-07-05 00:00
수정 2013-07-0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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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편도 등돌리고 경호대원마저 떠나…美도 일찌감치 상황종료 판단”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안 돼!”

이집트 군부를 이끄는 압델 파타 엘시시(58) 국방장관이 지난 1일(현지시간) 내놓은 48시간 ‘최후통첩’에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은 이렇게 일갈했다.

군부와 시위대의 요구에 저항하지 말고 시한 내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게 엘시시 장관의 말이었다.

완강히 거부하던 무르시는 결국 48시간 뒤 축출당했고, 그 순간 그의 곁에는 소수의 무슬림형제단 측근들 이외에는 의지할 이가 아무도 없었다.

4일 이집트군과 무슬림형제단 관계자 등에 따르면 권좌에서 보낸 마지막 시간에 무르시는 자기편에게서도 버림받고 군·경에도 아무 동조자가 없는 ‘고립무원’의 지경이었다.

전날 군이 제시한 최종 시한이 끝나고 특공대원들이 도착했을 때 무르시는 압송에 조용히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별다른 소동은 없었다.

그의 경호임무를 맡던 공화국수비대원들은 이미 몇 시간 전 자리를 떠난 상태였다.

무르시는 지난 몇 달 동안 사법부, 경찰, 군, 정보기관, 일부 이슬람과 기독교 고위 성직자 등 사실상 모든 권력기관과 불화를 빚었다.

안보기관은 무르시가 모르는 사이에 도시들에 병력을 배치하면서도 보고하지 않을 정도로 그에 대한 불신이 심각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경찰도 무르시의 권력기반인 무슬림형제단 건물 경비를 거부했다.

그에게 남은 마지막 ‘지푸라기’는 서방 국가 대사관을 통해 외부의 도움을 구해보는 것뿐이었다.

한 군 관계자에 따르면 무르시의 에삼 알 하다드 안보보좌관은 서방국 정부들에 전화를 걸어 이집트 내 상황을 애써 좋게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방 국가들도 일찌감치 상황이 끝났다고 판단했다는 전언이다.

무슬림형제단의 한 대변인은 “우리는 6월23일에 이미 상황이 끝났음을 알았다”며 “서방국 대사들이 그렇게 말했고 앤 패터슨 카이로 주재 미국 대사도 이 가운데 하나였다”고 말했다.

6월23일은 엘시시 장관이 처음 군의 개입을 경고한 날이다. 이때부터 이미 무슬림형제단도 상황을 돌이킬 수 없음을 직감했다는 것이다.

절박해진 무르시는 보좌관 두 명을 시켜 군 내에 있을지도 모를 자신의 조력자를 물색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엘시시 장관이 이를 알고 손을 썼다. 대통령궁과 어떤 접촉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려 보내고, 무르시 측근과 접촉한 사령관이 있는 부대에는 정예 병사들을 파견했다.

이런 사면초가 상황에서도 무르시는 자신이 투표로 적법하게 선출됐기 때문에 물러날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집트 일간 알 아흐람에 따르면 무르시는 스스로 사임하면 터키나 리비아 등지로 안전하게 피신할 수 있게 해 주겠다거나 기소를 면제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으나,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르시와 엘시시 장관, 히샴 칸딜 총리 간 회동에서도 칸딜 총리는 타개책을 논의해보려고 했지만 무르시가 응하지 않았다고 한 관리는 전했다.

축출 직후 무르시는 공화국수비대 본부에 억류됐으며 이후 국방부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또 다른 무슬림형제단 대변인인 무라드 알리는 애초부터 군은 무르시의 하야를 기정사실로 두고 있었다며 그것은 바로 “감옥에 가든가 아니면 나와서 사임한다고 발표하든가였다”고 주장했다.

알리 대변인은 무르시가 어떤 양보를 해도 엘시시 장관에게는 통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는 순진했다”고 개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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