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싸우면 이긴다” 바이든 “美영혼 지키자” [2024 미국 대선-민주당 전당대회에 가다]

해리스 “싸우면 이긴다” 바이든 “美영혼 지키자” [2024 미국 대선-민주당 전당대회에 가다]

이재연 기자
이재연 기자
입력 2024-08-21 02:40
수정 2024-08-21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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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관례 깨고 첫날 깜짝 등장

바이든 무대 오르자 4분 기립 박수
결국 눈물… 52년 정치인생 마침표

바이든 “美에 최선 다했다” 해리스 포옹… 당원들 “생큐, 조”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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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재선 의지를 꺾고 해리스 부통령에게 대선 후보 바통을 넘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암울했던 시대의 한 페이지를 넘겼다”면서 “이제 여름이다. 겨울은 지나갔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다. 시카고 AFP 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재선 의지를 꺾고 해리스 부통령에게 대선 후보 바통을 넘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암울했던 시대의 한 페이지를 넘겼다”면서 “이제 여름이다. 겨울은 지나갔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다.
시카고 AFP 연합뉴스


“미국이여, 나는 그대에게 최선을 다했습니다.”(조 바이든 대통령)

“우리는 바이든을 사랑합니다. 고마워요, 조.”(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19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개막한 민주당 전당대회는 대선 후보직에서 용퇴한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헌사의 장이었다. 유나이티드센터에 운집한 5000여명의 대의원과 당원들은 52년 정치 인생의 마지막 4년을 대통령으로 헌신한 뒤 과감하게 재선 도전을 포기한 그의 노고와 용기에 기립 박수로 예우했다.

이날 연사들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기심과 무능을 비판하고 당내 새로운 리더들을 조명하고자 애썼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제임스 클라이번 하원의원,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UAW) 위원장,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하원의원 등이 무대에 올랐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막내딸 애슐리의 소개를 받고 무대에 올랐다. 그가 나타나자 자리에서 일어난 청중들의 함성이 센터를 가득 메웠다. 파란색 ‘We ♥ Joe’ 팻말과 붉은색 ‘우리는 싸운다, 우리는 이긴다’(We Fight We Win) 구호판도 장내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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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개막한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 관중들의 열띤 환호에 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다. 시카고 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개막한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 관중들의 열띤 환호에 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다.
시카고 로이터 연합뉴스


딸을 껴안고 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 낸 바이든 대통령은 감동한 듯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로 화답했다. 4분쯤 지나 박수갈채가 잦아든 뒤에야 연설을 시작할 수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 우리가 내리는 결정에 따라 향후 수십 년 국가와 세계의 운명이 결정되는 역사적 변곡점에 섰다”면서 “우리는 미국의 영혼을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했다.

약 50분간의 연설에서 그는 코로나19 대유행과 경제 붕괴, 정치적 분열 속에서도 중산층을 복구하고 미국의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싸움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자평했다. 자신을 이어 향후 4년을 이끌어 갈 최적의 후보로 해리스 부통령을 지목했다.

그는 “나는 미국에 최선을 다했다. (대통령인) 내 일을 사랑하지만 내 나라를 더 사랑한다.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하므로 기꺼이 물러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리스 부통령을 향해 “트럼프를 꺾어 달라”고 당부하며 “망할 놈”, “그는 미쳤다” 등 막말도 이어 갔다.

이날 연설은 자신의 정치 인생을 갈무리하는 행사이기도 했다. 1972년 29세로 최연소 상원의원이 된 뒤로 내리 6선을 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도 지낸 그는 “나는 상원의원이 되기엔 너무 어렸고, 대통령을 하기엔 너무 늙었다”며 특유의 농담도 잊지 않았다. 이어 해리스 부통령과 러닝메이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위해 “최고의 자원봉사자가 되겠다”고도 했다. 고령 논란이 끊이지 않던 바이든 대통령이었지만 이날만큼은 모든 짐을 벗어 던진 듯 홀가분하고 힘이 넘쳤다. 다만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판결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말을 더듬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자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 등 가족과 해리스 부통령 내외가 무대로 올라왔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껴안으며 “사랑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선 후보 사퇴를 종용했다고 알려진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도 기립해서 박수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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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여명 앞에서 바이든에 감사 인사
5000여명 앞에서 바이든에 감사 인사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개막한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 무대에 올라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모습이 대형 스크린에 비치고 있다. 그는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2일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자신의 집권 비전을 공개한다.
시카고 AP 연합뉴스


이날 깜짝 등장한 해리스 부통령은 팝스타 비욘세의 ‘프리덤’이 울려 퍼지는 무대에서 “우리가 싸우면 이긴다”고 외쳤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을 축하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면서 “역사에 남을 당신의 지도력과 미국을 위한 봉사에 감사한다. 우리는 영원히 당신에게 감사한다”고 전했다.

전대 주인공인 대선 후보는 마지막 날 등장해서 수락 연설을 하는 것이 관례다. 그런데도 그가 이날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달 먼저 열린 공화당 전대에서 첫날부터 무대에 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의식한 행보다. 행사 분위기를 한껏 끌어 올리려는 의도다.

이날 찬조 연설에 나선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자신이 이루지 못한 ‘사상 첫 여성 대통령’ 탄생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을 향해 “유리천장이 깨지기 직전까지 왔다. 계속 가라,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4-08-2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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