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쿠데타’ 묵인 美, 이집트 최악 참사에 ‘곤혹’

‘군부 쿠데타’ 묵인 美, 이집트 최악 참사에 ‘곤혹’

입력 2013-08-16 00:00
수정 2013-08-16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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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美 외교정책 실패 비판하며 적극 개입 촉구

이집트에서 군경의 무력 진압으로 최악의 유혈 참사가 발생하면서 그간 이집트 사태를 사실상 방조해온 미국이 난관에 봉착했다.

미국은 지난달 이집트 군부가 쿠데타나 다름없는 무력을 통해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축출했을 때에도 비난과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묵인이나 다름없었던 어정쩡한 태도를 취했던 게 사실이다.

이집트 군부의 돌발 행동을 쿠데타로 규정해야 한다는 국내외의 목소리에는 국익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줄곧 결론을 내리는 것을 미뤘다.

하지만 이집트 사태가 대규모 유혈 참사로 번지면서 적극적인 개입 없이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랐던 미국의 기대는 크게 빗나가 버렸다.

미국은 양국 간 정례 합동 군사 훈련을 취소하며 국제 사회의 규탄 대열에 뛰어들었지만 이집트 사태를 바로잡기에는 너무도 늦어버린 모양새가 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휴가지에서 발표한 특별성명을 통해 “이집트 과도정부와 보안군의 조치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면서 이집트 정부에 다음 달로 예정된 정례 합동 군사훈련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집트 원조 중단이나 군부가 무르시 전 대통령을 끌어내렸던 일과 관련해 ‘쿠데타’라는 단어는 이날 성명에도 오르지 않았다.

군사훈련 중단 조치가 이집트 군부에 보내는 경고로 해석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무참한 총질에 나선 군부를 돌려세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가 더욱 적극적인 개입에 나서기보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선에서 사실상 ‘시늉’만 냈다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국방부 부차관보를 지낸 마이클 도런은 오바마의 메시지는 결국 미국이 앉아서 보고만 있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며 오바마는 중동 문제에 적극 뛰어들어 미국 국익을 위협하는 지역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미국 일간 유에스에이 투데이가 보도했다.

그는 미국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유럽과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만 내 동맹 국가들과 함께 이집트 문제를 풀기 위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물론 미국이 이집트 군부에 메시지를 던진 것을 놓고 향후 유혈 사태가 반복될 경우 본격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사전 경고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 백악관의 한 고문은 미국의 기본 입장은 이집트와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이집트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군부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미국 abc뉴스 인터넷판이 전했다.

다만 이집트 정부가 이번과 같이 폭력적인 방법을 유지하는 한 미국과 이집트 간 관계 유지는 어려워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집트에서 최악의 유혈사태가 발생한 배경 중 하나로 미국의 외교정책 실패를 들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치 컨설팅 업체인 유라시아 그룹의 이안 브레머 대표는 16일자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쓴 기고문에서 미국과 이집트 군부 간 관계는 오래됐다면서 미국이 지난달 군부가 무르시 정부를 내쫓은 것을 묵인했던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미국의 중대한 외교정책 실수였다고 주장했다.

브레머는 이달 초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당시 군의 무르시 축출을 놓고 ‘민주주의의 복원’으로 묘사했다며 이것은 맞지 않는 일로 금주 (최악 유혈사태가 벌어지며) 백악관에 ‘오점’이 됐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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