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진 칼럼] 돌아오라 한국으로!

[손성진 칼럼] 돌아오라 한국으로!

입력 2014-07-17 00:00
수정 2014-07-17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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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진 수석논설위원
손성진 수석논설위원
지난주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을 둘러보면서 몇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베트남 수출의 18%를 차지하고 있다는 우리 기업의 위상에 대한 뿌듯함이 첫째라면, 둘째는 어떤 걱정이었다. 걱정이란 최근 잇따른 대기업들의 해외 공장 증설이 부를 수 있는 산업공동화(空洞化)에 관한 것이다. 직원이 5만명이 넘는 이 공장이 국내에 있다면 고용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앞섰다.

해외 공장의 생산과 판매는 기업의 매출에는 잡히지만 우리의 GDP(국내총생산)와는 관련이 없다. 마냥 박수칠 만한 일이 아닌 이유다. 국내 투자와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대기업들의 국내 투자는 점점 옹색해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설비투자는 1127억 4000만 달러로 10년 전보다 겨우 60% 늘어났다. 반면 해외 직접투자는 353억 8000만 달러로 294%나 증가했다.

공장 해외이전(off-shoring)은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의 애플이나 나이키는 모두 해외에 공장이 있다. 생산원가 절감의 측면에서 오프쇼어링은 여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베트남 공장 직원에게 주는 평균 임금은 한 달에 350달러 정도로 국내 생산직의 10분의1에 불과하다. 기업들이 임금이 높은 국내에 머물렀다간 생존 위협까지 받았을지도 모른다. 저임금 국가로 공장을 옮겨 창출한 이익으로 신제품을 개발하고 덩치를 키울 수 있었다. 그래서 해외 이전이 국내 고용을 오히려 늘린다는 주장도 일리가 없진 않다. 베트남 진출 이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전체 고용은 50%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이처럼 기업의 존속과 성장 면에서 해외 이전의 이득을 부정할 수 없다. 외국으로 나갔으니까 기업의 성장이 가능했고 국내 일자리도 늘릴 수 있었다는 말은 논리적으로는 틀린 데가 없다. 그러나 늘어난 일자리의 대부분이 디자인과 개발 분야이고 생산직은 조금이라도 줄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고임금 일자리는 늘어난 반면 상대적으로 저임금인 일자리는 도리어 감소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기업을 못해 먹겠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고임금 때문만은 아니다. 비싼 땅값, 높은 세금, 과도한 규제, 경직된 노사관계 등이 기업들을 외국으로 밀어낸다. 후진국들의 저임금 메리트가 작아지면서 2002년을 정점으로 공장 해외 이전 건수가 줄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최근 거세지는 대기업들의 해외 공장 증설 바람이 심상찮다. 반도체, 자동차, 화학 등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는 많은 업체가 한국을 떠나고 있다. 규제가 심해진 IT 분야는 더 심하게 들썩이고 있다. 상황을 눈치 챈 유럽 국가들이 ‘80% 세금감면’ 같은 솔깃한 조건을 내세워 우리 기업들을 유혹한다.

각국의 기업 유치 경쟁은 총성 없는 전쟁과 같다. 왕족들까지 세계를 누비며 기업 유치를 위해 뛰고 있다. 제조업을 살리고 내수를 일으키기 위한 절체절명의 선택이다. 일면 공격하면서 동시에 방어도 한다. 외국 기업은 최대한 끌어들이고 나가려는 기업은 붙잡는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나가 있는 기업의 국내 유(U)턴, 리쇼어링(reshoring)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은 유턴 기업에 저리(低利) 대출,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주고 귀환을 독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GE와 월풀 같은 가전업체들은 중국에서 본국으로 생산시설을 도로 옮기는 중이다.

우리나라도 ‘유턴기업법’을 제정해 리쇼어링에 동참했다. 해외에 진출한 5만 4000여 국내 기업의 10%만 돌아와 한 기업당 50명만 고용해도 일자리 27만개가 생긴다고 업계는 내다본다. 일자리 창출에 리쇼어링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여전히 미흡한 점은 많다. 외국기업들을 유인하기 위한 조건도 상대적으로 뒤처진다. 3배 가까이 증가한 우리의 해외 직접투자와는 달리 외국인들의 투자는 지난해 145억 4800만 달러로 10년간 13.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적어도 나가는 만큼은 들어와야 한다. 이대로 빠져나가기만 한다면 제조업이 벼랑 끝에 설 날도 머지않다.

sonsj@seoul.co.kr
2014-07-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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