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희경 소셜미디어랩 기자
부동산 대책 발표가 쌓일수록 어쩌면 정말 당국이 간과해서일 수 있겠다는 의구심이 커져 두더쥐의 헛된 여정을 되짚었다. 영국 보유세부터 싱가포르 취득세까지 입맛에 맞는 해외모델을 발굴하고, 인디언 기우제 지내듯 당국자들이 ‘효과 발휘 중’이라고 자평하는 이유를 알고 싶어 심리학도 뒤졌다.
더닝 크루거 효과. 잘못된 결정을 내려 놓고도, 무능하니 오류를 깨닫지 못한 채 자신감이 아주 높은 인지편향 상태를 말한다. ‘무식하면 용감하다’와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를 섞은 상황이다.
다만 당국이 ‘욕망’에 대한 무지를 거둬 주길 바란다. 영국부터 싱가포르까지 성공 사례는 각국의 정책과 거주하는 시민의 욕망이 조화를 이룬 결과다. 1가구 1주택을 보장했다가 거주 이전 불능이 됐다는 루마니아처럼 시중에서 꼽는 실패 사례는 개인의 욕망을 죄악시한 채 ‘착한 정책’을 일방 주입한 결과임을 알아줬으면 한다.
“투기 수요 차단, 투기 수익 환수”를 강조하는 모습이 ‘너희 욕망을 모르지 않는다’는 당국의 반박일 수 있겠다. 그러나 당국 멋대로 욕망을 재단하며 ‘네 욕망을 당장 이실직고하라’고 구는 태도 자체가 타인의 욕망에 대한 무심함과 예의 없음을 드러낸다. 무심하니 ‘다주택자=투기꾼’으로 시작한 당국 인식이 전세 끼고 사면 투기꾼, 대출받아 고가 집을 사거나 ‘로또청약’에 몰려들면 투기꾼 식으로 증폭될 수 있었겠다.
지대추구 노리지 말고 성실하게 살라는 것이 애초 당국 경고였던 듯한데, 이제 전세나 대출 껴서 집 산 뒤 내 새끼 먹이고 입힐 것 아껴야 하는 생활까지 투기 범주에 들어가 버렸다. 무주택 15년·부양가족 셋은 돼야 안정권인 로또청약 가점자 삶보다 성실하게 살 방법이 있기는 할까. 내 몸과 가족 건사할 집은 있어야겠고 그 집을 산 게 바보짓이 돼서는 안 되겠다는 욕망마저 투기로 규정된 상태. 당국이 개인의 욕망을 무참히 다룬 결과다.
상반기 내내 공급이 충분하다더니 돌연 입장을 바꿔 공급 계획을 발표해도 당국의 꿍꿍이는 뒤캐기를 당하지 않았다. 부동산 전담기구를 만들겠단 이유가 혹시 당국자 일자리를 더 늘릴 방편인지 추궁도 받지 않는다. 타인의 욕망을 다룰 때 필요한 공적 예의를 당국만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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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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