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한강→고양… 해열제만 먹고 5일간 무방비로 도심 활보

강남→한강→고양… 해열제만 먹고 5일간 무방비로 도심 활보

입력 2020-01-27 22:14
수정 2020-01-28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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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상 입국 환자에 허 찔린 한국

3번째 확진자, 20일 입국·25일부터 격리
강남 성형외과·호텔·식당·편의점 등 들러
4번째 확진자 평택 병원 동선 역학조사
中 다녀온 원주 15개월 영아 의심증상

복지부, 감염병 경보 주의→경계로 격상
수습본부 가동… 능동감시자 100명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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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사자” 중국인 관광객들 구매 행렬
“마스크 사자” 중국인 관광객들 구매 행렬 ‘우한 폐렴’이 확산되는 가운데 27일 서울 명동 한 약국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산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우한 폐렴은 감염자의 침과 콧물 등이 다른 사람의 입과 코로 들어가는 ‘비말감염’이라는 점에서 예방 차원의 마스크 착용은 필수다. 예방 효과를 보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KF94’ 또는 ‘KF80’ 표시가 있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공항 검역 과정에서 우한 폐렴 무증상으로 귀국해 지역사회에서 닷새 동안이나 평소처럼 활동하다가 뒤늦게 감염 사실이 확인된 국내 환자가 발생해 보건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27일 질병관리본부가 공개한 세 번째 확진자 이동 경로에 따르면 지난 20일 귀국한 54세 한국인 남성은 귀국 당시에는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다가 22일 저녁부터 발열과 오한 증상이 나타났지만 몸살로 판단해 해열제만 복용했다. 25일 기침과 가래 등의 증상을 보여 질본 콜센터(1339)에 신고한 뒤 보건소 구급차로 일산 소재 국가지정 입원치료 병상인 명지병원에 이송, 격리됐다. 귀국 이후 닷새 동안 사실상 무방비 상태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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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본 조사 결과 이 환자는 22일 개인 렌터카를 이용해 오후 1시쯤 서울 강남구 소재 의료기관(글로비 성형외과)에서 치료를 받는 지인의 진료에 동행했다. 이어 인근 식당을 이용하고 숙소(호텔뉴브)에 투숙했다. 23일에는 점심시간에 한강을 산책하다가 편의점(GS 한강잠원 1호점)을 이용하고, 이후 강남구 역삼동과 대치동 일대 음식점을 거쳤다. 24일 점심 때는 이틀 전 방문했던 강남구 소재 의료기관을 지인과 함께 다시 방문했다. 오후에는 일산 소재 음식점과 카페 등을 이용했고, 저녁에는 일산에 있는 모친 자택에 머물렀다.

질본은 세 번째 환자와 접촉한 사람을 74명으로 파악 중이다. 이 가운데 호텔 종사자인 한 명이 관련 증상을 보여 격리 상태에서 검사를 시행한 결과 음성으로 밝혀졌다. 나머지 접촉자 가운데 증상을 보인 사람은 아직 없다. 질본은 “환자가 장시간 체류한 시설인 의료기관과 호텔은 환경소독을 완료했다”면서 “다른 이동 경로인 식당 등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방역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질본은 네 번째 확진 환자와 관련해선 “보건소를 방문한 뒤 능동감시를 받아 오다 26일 근육통이 심해져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폐렴 진단을 받고 조사 대상 유증상자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이 환자는 같은 날 국가지정 입원치료 병상인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격리 상태로 검사를 받았으며, 다음날인 27일 검사 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됐다. 질본은 현재 네 번째 환자의 국내 동선을 추적하며 심층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환자가 방문했던 의료기관은 폐쇄하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날 강원 원주시에선 부모와 함께 18일부터 26일까지 중국 광저우를 다녀온 15개월 영아가 우한 폐렴 의심 증상을 보여 격리된 상태에서 검사를 받고 있다. 정부는 우한 폐렴 확산 위험이 높아진다는 판단에 따라 이날 감염병 위기 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했다. 또 이날부터 보건복지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가동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우한에서 들어와 콧물이나 미열 등 가벼운 증상을 보여 신고하거나 문의가 들어왔던 사례 가운데 조사 대상 유증상자에는 포함되지 않고 능동감시 대상자였던 100여명을 모두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서울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서울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2020-01-2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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