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개학 재연기에 현장 혼란
비교과 활동 중단… ‘텅 빈 학생부’ 비상수업·평가·지필고사 등 학사 일정 재조정
연휴 뒤 잠복기 중 ‘조기 등교’ 강행 논란
“전체 학급의 9.8% 과밀학급 대책 필요”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실이 텅 비어 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등교 1주일 전부터 자가진단을 통해 학생들의 증상 유무를 점검할 것”이라면서 “학생 및 교직원의 가족 중 자가격리자나 확진자가 있는 경우도 조사하고 있어, 크게 무리가 없다면 1주일 뒤 (고3의) 등교 수업을 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 사이에서는 “1주일 뒤 등교도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태원 클럽 방문자에 대한 역학조사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어 지역사회에서 ‘N차 감염’ 가능성이 전국적으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5월 등교’마저 무산될 경우 학생들은 6월에 등교해 두 달가량 학교에 다닌 뒤 여름방학에 돌입한다. 이 기간 동안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둘 다 치르기엔 학사일정이 빠듯하다. 이 때문에 중간고사를 수행평가로 대체할 경우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학생들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온라인 수업 기간에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에 한해서만 교사가 학생들을 관찰, 평가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할 수 있다. 동아리 활동이나 교내대회 등 비교과 활동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등교 개학이 미뤄질수록 ‘텅 빈 학생부’를 받아들 수밖에 없다. 직업계고와 예체능계열 학생들은 학교 수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실습·실기 수업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교육부가 이달 초 황금연휴 이후 잠복기(2주)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 고3 등교 개학을 강행해 불필요한 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고3 학생들의 입시와 취업 등의 일정이 촉박한 데다 방역 수칙을 충분히 지킬 수 있는 학년이라고 판단해 조기 등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지만 결국 “입시가 방역보다 중요하냐”는 비판을 받게 됐다. 수업의 상당 부분이 선택과목으로 진행되는 고3 교실에서는 격일제 등교 같은 학사운영이 어려워 교실 내 밀집도를 떨어뜨릴 마땅한 대책도 없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한 ‘플랜B’를 요구하는 지적이 나온다. 1~2주 개학 연기를 다섯 차례 반복하며 학생과 학부모, 학교 모두 극심한 혼란을 겪어 온 탓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논평을 내고 “등교 수업 시점이 아닌 등교 수업이 가능한 기준을 제시하고, 원격수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등교 수업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고3 학생들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과 더불어 현실성 있는 방역 지침과 방역 인력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도 “전체 학급의 9.8%에 달하는 과밀학급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20-05-12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