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앞두고 성별정정 허가받은 22세 숙명여대 법대 지원
“국내 첫 성전환 변호사 박한희에 영향”숙명여대. 연합뉴스
숙명여대는 트랜스젠더 A(22)씨가 2020학년도 신입학전형에서 법과대학에 최종 합격했다고 30일 밝혔다. 지난해 성전환 수술을 받은 A씨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같은 해 10월 법원에서 성별 정정 허가를 받았다. 주민등록번호 뒷자리의 첫 숫자를 ‘1’에서 ‘2’로 바꿨다. 외모로 보나 법적으로나 어엿한 여성으로 대학 입시에 지원한 것이다.
숙명여대 관계자는 “A씨가 정시모집 전형에 지원해 법대에 합격했다”며 “아직 정시 합격자 등록 기간이 아니어서 등록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트랜스젠더의 입학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학교 규정상 성전환자의 지원이나 입학을 제한하지 않는다”며 “다만 전례가 없어 A씨의 학교생활 등에 대한 세부 지침을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A씨는 법대에 지원한 동기에 대해 국내 첫 트랜스젠더 법조인인 박한희(35) 변호사 덕에 법에 관심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씨는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어느 날 박 변호사의 인터뷰 기사를 봤는데, 박 변호사의 당당한 모습이 저에게 굉장한 자신감을 줬다”고 밝혔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에 소속된 박 변호사는 포항공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2013년 3월 서울대 로스쿨에 입학했다. 이듬해 성 정체성을 밝히고 2017년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박 변호사는 성소수자 권익을 대변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 온 인물이다.
A씨는 “트랜스젠더도 당당히 여대에 지원하고 합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면서 “앞으로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여러 사회적 약자들이 제대로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법으로부터 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한편 최근 남성으로 입대해 성전환 수술을 받은 변희수(22) 육군 하사가 여군으로 계속 복무를 원했음에도 군이 강제 전역을 결정하면서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 문제가 이슈가 된 바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20-01-31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