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수업에 팟캐스트 방송까지… 수업 혁신 이뤄지는 학교도서관

협력수업에 팟캐스트 방송까지… 수업 혁신 이뤄지는 학교도서관

김소라 기자
김소라 기자
입력 2019-10-01 17:26
수정 2019-10-02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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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청평中의 학교도서관 협력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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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가평 청평중학교에서는 교과 수업에 독서와 정보활용 교육을 융합하는 ‘학교도서관 협력수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수업시간에 활용한 책의 작가를 초청해 발표회를 열기도 한다. 청평중학교 제공
경기 가평 청평중학교에서는 교과 수업에 독서와 정보활용 교육을 융합하는 ‘학교도서관 협력수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수업시간에 활용한 책의 작가를 초청해 발표회를 열기도 한다.
청평중학교 제공
“아침을 못 먹은 친구들에게 음식을 제공할 수 없을까?” “교복은 왜 이렇게 불편할까?” 경기 가평 청평중학교 3학년 사회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내놓은 질문들이다. 학교생활 속에서 느끼는 불편함들을 ‘협동조합’을 만들어 해결한다는 게 수업의 목표다. ‘실업과 경제생활’이라는 단원은 정부가 운영하는 실업 관련 대책들을 다루고 있지만, 청평중 수석교사인 고선화 사회교사와 이연희 사서교사는 ‘청소년이 학교 안에서 협동조합을 통해 일자리를 만든다’는 아이디어를 수업에서 펼쳐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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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가평 청평중학교에서는 교과 수업에 독서와 정보활용 교육을 융합하는 ‘학교도서관 협력수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도서관의 자료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는다. 청평중학교 제공
경기 가평 청평중학교에서는 교과 수업에 독서와 정보활용 교육을 융합하는 ‘학교도서관 협력수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도서관의 자료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는다.
청평중학교 제공
이 교사는 학생들에게 ‘죽은 경제학자의 이상한 돈과 어린 세 자매’(추정경 지음/돌베개)라는 책을 건넸다. 부모를 잃은 세 자매가 컨테이너촌과 낯선 경제공동체, 휴대전화 공장을 거치며 겪는 가난과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를 담아낸 작품이다. 학생들은 책 속 주인공들의 삶 속에서 협동조합이 갖는 가치를 이해하고 학교에서 운영할 만한 협동조합을 제안한다. 사회 교과수업에 독서와 정보 활용이 맞물린 ‘학교도서관 협력수업’ 사례다.

학교도서관 협력수업은 교과교사와 사서교사가 수업의 계획부터 마무리까지의 모든 과정을 협의한다. 책 선정과 활동지의 설계, 평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교과교사와 사서교사가 충분히 고민을 나누고 의견을 조율해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청평중에서는 이 교사와 고 교사가 1년 내내 머리를 맞대고 사회 교과에 독서와 정보 활용을 녹여 내는 방법을 고민한다. 두 교사의 협력을 통해 주입식, 강의식 수업에 머물기 쉬운 사회 수업이 한층 입체적이고 풍요로워졌다.

학생들은 사회 교과에서 ‘살기 좋은 도시’를 배우면서 청평면을 살기 좋은 곳으로 설계하는 도시계획 전문가로 변신한다. ‘기후’ 단원에서는 브라질의 열대우림 파괴와 같은 세계 곳곳의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행상품을 개발하기도 한다. 학교도서관에 있는 책과 신문 등 모든 자료가 문제 해결의 바탕이 된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책 안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는 과정을 통해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소통과 협업 능력도 쌓아 간다”고 말했다. 고 교사는 “책을 읽고 그 속에서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가면서 학생들은 강의식 수업에서는 하기 힘든 몰입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청평중은 사회 교과뿐 아니라 수학과 기술·가정, 국어, 미술 등 다양한 교과에서 학교도서관 협력수업을 진행한다. 기술·가정 교과의 ‘건설기술의 세계’ 단원에서는 세계의 유명 건축물에 대한 자료를 찾아 ‘아름다움’, ‘친환경’, ‘스마트’ 등의 주제에 따라 탐구하고 소개하는 소책자를 만들어 보는 활동을 했다. 수학 교과의 ‘통계’ 수업 일환으로 도서관의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 통계 포스터를 그리고 발표하기도 했다. 사서교사는 ‘비(非)교과’ 교사여서 이 같은 협력수업을 진행해도 수업 시수를 인정받지 못한다. 수업을 받은 학생에 대해 평가하는 권한도 없다. 사서교사는 ‘숨은 조력자’인 셈이다. 이 교사는 “학교 현장에 씨를 뿌린다는 생각으로 내 수업처럼 임하는 것”이라며 웃었다.

협력수업뿐 아니라 독서교육 자체도 활발히 이뤄진다. 학생들이 직접 독서를 주제로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은 청평중 독서교육의 가장 큰 특징이다. 방송국 라디오 스튜디오를 방불케 하는 녹음실인 ‘미디어 스페이스’가 도서관 한편에 마련돼 있어 학생들은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팟캐스트 방송을 진행한다. 학생들이 직접 책을 선정해 읽고 방송 대본도 스스로 쓰며 ‘자발적인 또래 독서’ 문화를 확산시킨다는 게 독서 팟캐스트의 효과라고 이 교사는 설명한다.

학교도서관 활용 수업에서는 책이나 신문 같은 인쇄 매체뿐 아니라 인터넷 뉴스와 유튜브 동영상 등 모든 미디어가 정보의 원천이다. 결국 미디어를 제대로 읽어 내고 이해하는 역량을 키우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도 학교도서관에서 자연스레 이뤄질 수 있다. 청평중 학생들은 뉴스를 통해 접한 사회 이슈를 소재로 소설을 쓰고 마을의 이야기를 취재해 기사를 쓰며 미디어를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역량도 키운다.

청평중의 학교도서관에서 이뤄지는 수업 혁신은 올해부터 학교도서관 활성화에 힘을 싣고 있는 경기교육청에서도 손꼽히는 혁신 사례 중 하나다. 경기교육청은 지난 3월 전국 시도교육청 최초로 ‘도서관정책과’를 신설했다. 또 올해부터 도내 모든 초·중·고등학교의 도서관에 사서교사를 배치하는 작업에 나섰다. 지난해 개정된 학교도서관진흥법은 모든 초·중·고교 도서관에 전담 인력을 1명 이상 반드시 배치하도록 하고 있는데, 경기교육청은 한발 더 나아가 모든 학교도서관을 교원자격증을 보유한 사서교사가 담당하도록 한 것이다. 교사 정원은 정부가 관리하고 있어 교육청은 예산을 확보해 정원 외인 기간제 사서교사를 배치하기로 했다. 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도내 2080개 학교가 사서교사를 채용해 지난해 30.8%에 머물렀던 사서교사 배치율을 89%까지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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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가평 청평중학교에서는 교과 수업에 독서와 정보활용 교육을 융합하는 ‘학교도서관 협력수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도서관의 자료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고 찾아낸 정보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 한다. 청평중학교 제공
경기 가평 청평중학교에서는 교과 수업에 독서와 정보활용 교육을 융합하는 ‘학교도서관 협력수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도서관의 자료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고 찾아낸 정보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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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가평 청평중학교에서는 교과 수업에 독서와 정보활용 교육을 융합하는 ‘학교도서관 협력수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학생들은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독서 팟캐스트’ 방송을 진행하기도 한다. 청평중학교 제공
경기 가평 청평중학교에서는 교과 수업에 독서와 정보활용 교육을 융합하는 ‘학교도서관 협력수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학생들은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독서 팟캐스트’ 방송을 진행하기도 한다.
청평중학교 제공
학교의 교과 수업에 독서와 정보 활용 교육을 융합하는 사서교사는 학교도서관에 없어선 안 되는 존재다. 그러나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 도서관 1만 66곳 중 사서교사나 사서가 있는 도서관은 4424곳(43.9%)에 그친다. 특히 교원 자격증이 있는 사서교사를 둔 곳은 885개(8.8%)에 불과하다. 교육부는 제3차 학교도서관 진흥 기본계획(2019~2023)에서 전국 학교도서관의 사서교사 배치율을 2030년까지 5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올해부터 12년간 사서교사를 총 4000명 이상, 매년 300명 이상 늘려야 하는 셈이다. 사서교사 정원은 지난 2017년까지 500명대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839명, 올해 962명으로 늘었다. 그나마 학교도서관을 육성하려는 체계적인 계획보다 정부의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에 기댄 측면이 크다.

청평중에서처럼 학교도서관을 십분 활용한 수업 혁신은 사서교사 확충과 더불어 교원의 전문성 강화와 학교 및 교육당국의 인식 변화 등이 맞물려야 가능하다. 이 교사는 “학교도서관을 활용한 수업은 시스템보다 개별 교사들의 역량에 의지하는 편”이라면서 “이렇다 할 매뉴얼이나 체계가 부족해 교사들이 각개전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과교사와 사서교사들 간 협력수업이 강조되지만 교사들 사이에 협력수업에 대한 이해와 소통이 부족하다는 게 이 교사의 설명이다. 학교도서관의 고정관념이 여전해 협력수업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같은 학교도서관의 다양한 기능이 주목받지 못하기도 한다.

교육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학교도서관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하기로 했다. 제3차 학교도서관 진흥 기본계획은 학교도서관의 역할을 “미래인재의 핵심 역량인 ‘4C’(비판적 사고·창의성·의사소통·협력)를 기르는 곳”이자 “새로운 정보를 창출하고 공동체로 확산하는 장(場)”으로 정의한다. 학교도서관이 학생들 간의 정보 격차를 줄이고 지식을 공유하는 학교 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교육부는 각 학교들이 연간 교육계획에 ‘학교도서관 활용교육’을 포함하도록 하고 교수학습 자료와 매뉴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교사들의 수업연구 등 전반에 걸쳐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책을 읽는 공간에서 벗어나 창작과 정보 공유가 가능한 ‘미래학교도서관’(가칭) 모델도 개발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서교사 확충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면서 “학교도서관을 활용한 수업 혁신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2019-10-0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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