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특목고 48곳 내년 재지정 평가
外·국제고 36곳 첫 평가 … 공립 20곳 유력교육 당국 모호한 태도 땐 더 큰 반발 예고
‘지정 취소 장관 동의’ 시행령 재검토 필요
“적극적인 고교체제개편으로 혼란 막아야”
4일 교육부에 따르면 내년에 재지정 평가가 예정된 자사고와 특수목적고(특목고)는 모두 48곳(과학·예체능 특목고 제외)이다. 자사고 12곳, 외국어고 30곳 전체, 국제고 7곳 중 6곳이 대상이다. 특히 특목고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국정과제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외고에 대한 재지정 평가가 이뤄진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전국 37개 외고·국제고 가운데 20곳이 공립”이라며 “대다수 교육감이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만큼 공립의 경우엔 교육감들이 지정 취소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1992년 처음 인가돼 자사고보다 오랜 기간 ‘입시 명문’의 지위를 누려 온 외고에서 지정 취소 사례가 나오면 해당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발이 클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재지정 평가를 통한 단계적 일반고 전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운영이 잘되는 자사고와 외고는 그대로 지위를 유지시키고 평가기준에 미달하는 학교만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지금처럼 일부만 일반고로 전환하면 입시 성적이 좋은 자사고와 외고 등에 성적이 높은 학생들을 몰아주는 꼴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행령 개정으로 일괄 전환시키든지, 아니면 자사고와 특목고가 부유층 입시를 위한 학교가 아닌 소수 영재를 위한 교육이 이뤄지는 학교가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청이 재지정 평가를 해도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거쳐야만 지정 취소가 가능한 제도에 대한 재검토 목소리도 나온다. 애초 지정 취소는 교육감의 고유 권한이었지만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진보 교육감들이 재지정 평가를 통해 자사고 지정 취소에 나서자 이를 막기 위해 교육부가 시행령을 개정,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거치도록 했다.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은 “박근혜 정부는 교육감들의 자사고 지정 취소를 막기 위해 지방자치에 역행하면서 시행령을 고쳤다”며 “이를 문재인 정부가 재활용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고교체제 개편의 주요 정책인 고교학점제를 2022학년도에서 2025학년도로 3년 연기하고 수능 중심의 정시를 30%로 확대하는 바람에 현 정부의 고교체제 개편은 동력을 잃었다”면서 “지금이라도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과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해 교육계의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2019-08-05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