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력보장법 만들면서… ‘기초’ 정의도 못 내린 교육계

기초학력보장법 만들면서… ‘기초’ 정의도 못 내린 교육계

김소라 기자
입력 2019-06-11 22:32
수정 2019-06-1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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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제정 TF와 정의·진단방식 등 견해 차

학생들 낙인 찍힐까 꺼리면 속수무책
교사들 보고용 행정 업무 가중될 우려
일각 “시도교육감·학교장에 위임해야”
교육부 “집중 논의 거쳐 새달 초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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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수포자’가 전체 학생의 10%를 넘어섰다는 진단에 따라 교육부가 ‘기초학력보장법’ 제정에 나섰지만 기초학력의 정의를 내리는 데서부터 난관에 빠졌다. 교육계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기초학력의 정의와 진단 방법, 기초학력보장위원회 설립 등 법안의 전반에 걸쳐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교원단체와 시도교육청, 대학교수 등과 기초학력보장법 시행령안 등을 마련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지난달부터 세 차례에 걸쳐 회의를 연 데 이어 서면을 통한 의견수렴에 나섰다. 기초학력보장법안은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7년 5월 대표 발의한 것으로, 교육부는 기초학력의 정의와 진단 방식, 기초학력 지원 대책 등을 시행령에서 구체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TF의 구성원들 사이에서 ‘기초학력이란 무엇인가’를 두고 견해 차가 커 기초학력의 정의를 도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은 “학력이 무엇인지 규정하는 법률이 없고 사회적으로도 논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초학력의 정의를 법으로 규정한다는 건 무리”라고 지적했다.

기초학력 진단 평가를 의무화하고 학습지원 전담교사를 지정한다는 등의 법안이 실효성을 가질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학습지원 대상 학생을 선정해 지원하려 해도 낙인을 꺼리는 부모들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학교와 교사로서는 방법이 없다. 교사들이 기초학력 지원에 매진할 수 있도록 행정 업무를 경감할 방안도 뚜렷하지 않다. 정부 차원의 기초학력보장위원회를 만들고 기초학력 관련 정책의 추진 실적을 평가한다는 내용 역시 “교사들이 위원회에 보고할 자료를 만드는 행정 업무가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부분이다.

정부 주도의 정책이 교육자치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있다. 시도교육감협의회 관계자는 “각 학교와 시도교육청이 여건에 맞게 기초학력을 진단하고 지원해야 할 것을 정부가 법으로 규정한다는 건 권한 침해”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기초학력의 진단 방법 등 세부적인 사항을 대통령령이 아닌 시도교육감이나 학교장 등에 위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법안이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령부터 만든다는 것에 대해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교육부는 이번주 중 TF 구성원들과 1박 2일에 걸친 회의를 열고 집중 논의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회가 정상화하고 법안이 통과되면 내년부터 적용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기초학력 보장 대책이 현장에 안착될 수 있도록 TF를 구성해 시행령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늦어도 다음달 초에는 결론을 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2019-06-1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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